[단독]'개식용 금지'가 민생 과제?…與 “김건희법” vs 野 “당론 추진”

이상원 기자I 2023.09.11 14:44:20

여야, '개 식용 금지 법안' 주도권 다툼
與, 김건희법 규정 짓고 정기국회 처리
野, "文정부 과제·이재명 주요 공약 사항"
산적한 민생 과제 속 이슈몰이 싸움 '눈살'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주요 입법 추진 과제로 ‘개 식용 금지 법안’을 내세워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적극적으로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왔던 만큼 이를 김건희법으로 규정짓고, 정기국회 내 관련 특별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과거 대선 당시의 공약이었던 개 식용 금지를 결의안으로 채택하거나 당론으로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개식용 종식 촉구 기자회견을 찾아 손등에 그린 우리나라 진돗개 백구 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11일 국민의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최근 비공개 지도부 회의를 열고 개 식용 금지 법안 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당론으로 추진하진 않고, 민생 추진과제로 삼고 정기국회 내 처리하기로 중지를 모았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기현 당 대표가 관련 법에 대한 추진 의지가 강해 당 정책위 차원에서 정기국회 안에는 관련 법을 반드시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개 식용 금지’ 관련 행사를 통해 김건희법을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의 지시로 관련 세미나와 이벤트를 열 계획”이라며 “이른바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동물훈련사도 초청, 국회 앞마당에서 관련 행사를 하는 것도 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도 개 식용 금지 결의안 채택으로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1년12월 ‘개 식용 금지’를 본격화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기구인 ‘개 식용 문제 근절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타협을 시도했다. 또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 또한 공약으로 채택한 바 있으며 박홍근 민주당 전 원내대표도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법안은 ‘민주당 법안’이었다”며 “이제와서 ‘김건희법’으로 포장하려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 지도부 모임을 통해 관련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회의을 통해 결의안으로 채택하거나 당론 추진 방침을 세울 것”이라며 “늦어도 오는 11월까지는 입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대 양당이 개 식용 금지법에 주력하는 것은 수도권 2030을 끌어안을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펫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수도권·2030·중도표를 이끌 수 있는 정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여야가 개 식용 금지법 선점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생법은 뒷전에 미뤄준 여야가 개고기 식용 금지 법을 둘러싸고 ‘김건희법’, (문 정부에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했던) ‘문재인법’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우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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