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계단 상향 조정한다고 8일 발표했다.
AA는 S&P의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한국이 AA 등급을 받은 것은 사상 최초다. 최고 등급인 AAA는 독일·캐나다·호주·싱가포르·홍콩이, 그다음으로 높은 AA+는 미국이 부여받았다. 영국·프랑스·벨기에가 한국과 같은 AA다.
S&P는 작년 9월 한국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높인 이후 11개월 만에 다시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경우 지난해 12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등급 올리며 역대 최고 등급을 줬다. 무디스의 Aa2 등급은 S&P의 AA와 같은 등급이다. 피치는 2012년 9월 한국 신용등급을 AA-로 올린 이후 3년 11개월째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S&P는 이번 신용등급 상향 이유로 한국의 견조한 경제 성장, 지속적인 대외 건전성 개선, 충분한 재정·통화 정책 여력 등을 꼽았다.
우선 S&P는 한국 경제가 최근 수년간 다른 선진국보다 나은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 수준으로 선진국(0.3~1.5%)보다 높다는 것이 S&P 분석이다. 2019년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S&P는 “한국 경제는 특정 산업 또는 수출 시장에 의존하지 않은 다변화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올해 수출이 부진하고 조선 산업이 구조조정을 겪고 있지만, 수출 실적은 지역 내 다른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고 대중국 수출 부진도 미국 경제 회복이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외 부문 지표가 개선된 것도 등급 상향 원인 중 하나다. S&P는 한국의 은행이 지난해 대외 순채권 상태로 전환했고, 변동 환율과 외환시장 깊이가 대외 충격에 강력한 충격 흡수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 경제의 경상수지 흑자는 향후 2~3년간 GDP 대비 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S&P는 한국의 통화 정책이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대체로 성공적이었다고 진단했다. S&P 자체 계산에 따르면 한국 정부 부채는 지난해 기준 GDP의 20% 정도로 건전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S&P는 GDP의 약 25%인 비금융 공공기관 부채가 정부 재정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신용등급의 취약 요인으로는 통일 비용 등 잠재적 채무와 북한과의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제시됐다.
S&P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도 지금과 같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S&P는 “‘안정적’ 신용등급 전망은 지정학적 위험이 크게 증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바탕을 둔 것”이라며 “향후 2년간 신용등급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S&P는 향후 신용등급 상향 요인으로 추가 성장을 통한 경제 성과 및 안정성 강화를, 하향 요인으로는 북한과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를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차별화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 금융사·공기업 등의 신용등급 상승으로도 이어져 해외 차입 비용 감소 등 대외 안정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