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엇갈렸다. 피치는 정부의 지원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국가 신용등급과 동일하게 본 반면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독자 신용도를 고려해 국가보다 한 단계 낮췄다.
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피치는 코레일의 기업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 한국의 신용등급은 AA-와 같은 등급이다. 등급전망(아웃룩)은 ‘안정적’이다.
피치는 코레일이 지분 100% 모두 정부 소유인 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도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노선 운영 등 공공 관련 서비스에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등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국가 신용등급보다 코레일 등급을 한 단계 낮춘 무디스와 S&P는 코레일의 독자 신용도에 초점을 맞췄다. 독자 신용도는 기업 자체만의 신용등급을 말하는 것으로 신평사는 독자 신용도에 정부나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 등을 반영해 최종 신용등급을 도출한다. 피치는 무디스·S&P와 달리 독자 신용도를 공개하지 않았다.
무디스는 ‘B2’로 취약한 독자 신용도를 고려해 신용등급을 국가보다 한 단계 낮게 봤다. S&P 또한 지난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엎어지자 코레일의 부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하향했다. 이는 용산 관련 부채 부담이 이미 코레일 재무 상황에 반영됐다고 판단한 피치와 대조적이다.
정부의 지원 가능성에서도 국제 신평 3사의 시각이 엇갈렸다. 피치는 정부가 코레일에 대한 지원 가능성이 강력하다고 본 데 비해 무디스는 “정부가 코레일의 차입금에 명시적으로 지급 보증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P는 ‘거의 확실하다(Almost certain)’보다 한 단계 낮은 ‘매우 높다(Extremely high)’고 봤다. S&P가 국내 공기업 가운데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본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도시설공단, 한국석유공사 3곳뿐이다.
다만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부채감축 계획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데 신평사가 입을 모았다. 코레일 발표대로 코레일 공항철도 등을 매각할 경우 2조원 가량의 부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각 중점을 두는 방법론의 차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달라진다”며 “피치의 경우 공기업을 평가할 때 독자 신용도보다 정부와의 관계를 중요시해 독자 신용도가 따로 공개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