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혜연 기자]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큰손 외국인의 씀씀이가 달라졌다.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순매도와 순매수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가 하면 살 땐 덜 사고, 팔 땐 더 팔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기도 한다.
8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하루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서 지수를 압박했다. 전일에는 나흘만에 매수우위로 돌아선 듯 싶더니 겨우 70억원 가량 사담는데 그쳤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펀드 동향에서도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급등 및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당분간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이동할 수 있으나 곧 이들 시장 성장에 따른 수출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로 다시 유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외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외국인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예전만큼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 `금리·환율 심상찮네..` 신흥시장 불안확대
그동안 많이 오른 터라 조정받더라도 여전히 사상최고가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 외국인의 발길을 주춤하게 만드는 첫번째 이유다.
또 원화가치는 계속해서 절상되고 있어 더욱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긴축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어 지갑을 열기가 더욱 어렵다.
반면 아시아 시장이 오르는 동안 찬밥신세였던 선진시장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경제 회복세가 나타나며 밸류에이션 매력이 돋보이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이집트 정정불안과 식량가격 인플레이션 등으로 신흥시장의 금리 및 환율 변동성이 더욱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진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은 차별화된 신흥시장..비중 줄이기 어려울 것"
전문가들은 그러나 외국인이 일시 주춤할 수는 있어도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 만큼 공격적으로 대응하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한국이 신흥시장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광산 등 자원 산업이 대부분인 여타 신흥국과 달리 IT·자동차 등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어, 오히려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이익 모멘텀 강화가 기대된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밸류에이션 매력도 여전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현재 국내 증시의 PER은 10.2배 수준으로 MSCI 기준 아시아 신흥시장의 PER 12.1배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인도와 인도네시아처럼 아시아 평균을 크게 웃도는 국가와 비교해도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우리나라나 대만의 경우 선진국 회복에 따른 수출 수혜를 누릴 수 있어 인도나 필리핀과 같은 경상수지 적자국처럼 적극 매도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김 팀장은 다만, "시장금리가 바닥권에서 12bp만큼 오른 만큼 유동성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머물더라도 매수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