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내 업계 1위인 한진해운(117930)의 회사채 가격이 내리고 있다. 신용등급이 ‘A-’로 양호한 편이지만 해운업계 불황과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사채 시장에서 가치는 ‘BBB’급 수준으로 떨어졌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70-1 채권 가격이 9710원까지 내렸다. 만기가 내년 3월로 4개월 남은 데다 표면금리가 5.200%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 채권 가격은 1만109원이 적정하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매매 수익률이 17%를 웃돌지만 거래는 뜸하다.
다른 해운업계 회사채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내년 4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현대상선176-1의 종가는 1만원으로 적정 채권 가격 1만90원에 못미친다.
민간평가사가 평가한 금리인 민평금리 역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동일한 ‘A-’ 등급 대비 높은 편이다. 12일 기준으로 A-급 1년물 민평금리는 3.520%인 데 비해 한진해운은 5.023%, 현대상선은 4.434%에 이른다. ‘BBB+’급 민평금리인 4.756% 수준에 더 가깝다.
채권 투자자들이 해운업계에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만기 때 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한진해운은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국내외 터미널 매각 등 유동성 확보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황 침체로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어음(CP), 회사채 등 차입금을 갚고 선박 운영 등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대상선도 내년과 2015년 갚아야 할 차입금이 각 1조원이 넘지만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적자로 자금 확보가 시급하다.
회사채를 새로 발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 1일 회사채를 발행한 SK해운은 600억원 모집에 유효수요는 370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물량인 230억원은 산업은행이 인수했다.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미매각 없이 시장에서 물량을 다 소화했지만 ‘성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최근 한진해운의 유동성 문제가 부각되다보니 해운업계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고 투자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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