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신세계(004170)가 센트럴시티 인수를 발표한 다음날인 17일 신세계 주가는 변변한 반등시도 없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1조원이나 되는 투자부담을 걱정한 주주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세계의 이번 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영업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는 설명이다.
◇ 센트럴시티 인수 후 주가급락
이날 신세계 주가는 20만500원으로 하루 전에 비해 5.2% 떨어졌다. 롯데쇼핑(023530)과 현대백화점(069960)이 약보합권으로 끝난 것에 비해 낙폭이 유난히 컸다. 신세계 주가가 하룻새 5% 이상 떨어진 것은 올해 1월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신세계가 센트럴시티 지분 60.02%(3601만주)를 1조25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결정이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신세계는 이번 인수대금을 은행권에서 빌려 마련할 예정이다. 신세계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738만주·시가 약 7000억원)을 팔아 대금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이 방안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삼성생명 지분 매각은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수대금 1조원을 은행권에서 빌린다면 신세계의 올해 연말 차입금은 2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이미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연간 약 4000억원) 이상을 매년 신규출점 등에 쏟아붓고 있는 신세계로선 빚부담이 더 커지는 셈이다.
인수가격도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세계는 센트럴시티의 지분을 1주당 2만8500원 정도에 인수했다. 연간 8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는 센트럴시티 전체 지분 가치를 1조7000억원으로 봤다는 얘기다. 이는 백화점 10곳을 운영하는 신세계 전체의 시가총액(2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 인천점 트라우마는 벗어
신세계는 이번 인수를 통해 “강남권의 안정적인 영업권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자체 평가했다. 15년간 운영해온 인천점을 롯데쇼핑에 빼앗길 상황에 처하면서 받은 ‘트라우마(정신적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됐음을 의미한다.
신세계 인천점은 신세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한다. 그보다 매출비중이 큰 강남점(매출비중 20%)까지 잃으면 신세계의 백화점 사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험이 있었다. 신세계가 외부에서 돈을 빌려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강남점을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인천점의 악몽을 사전에 막기 위한 목적이 컸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인천점에서도 확인됐듯 임대 백화점은 영업안정성이 낮고 임대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영업을 안정화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재무부담 해소 관건
남은 문제는 이러한 투자확대로 신세계의 재무적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세계는 센트럴시티 인수를 결정한지 하룻만에 이마트(139480)를 통해 고양시 덕양구에 4000억원을 들여 복합쇼핑몰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경기 하남과 안성, 의왕, 인천 청라, 대전에 이어 6번째 복합쇼핑몰 개발이다.
신세계는 이러한 복합쇼핑몰을 전국 10곳에 지을 예정이다. 아직은 교외형 복합쇼핑몰의 성공을 단언하기 어려움에도 신세계가 무리하게 투자를 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남 유니온스퀘어만 해도 투자비용이 9000억원에 달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삼성생명 보유지분과 보유부동산의 담보가치 등을 고려할 때 신세계의 재무적 융통성은 매우 우수한 편에 속한다”며 “다만 적극적인 투자로 차입금 부담이 커지는 부분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