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은 8일 중처법 관련 법원의 판결 내용을 심층 분석하고 시사점을 찾기 위한 전문가 회의를 개최한 결과, 이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밝4혔다. 이날 회의에는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와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1·2호 사건 모두 검찰의 공소사실(범죄 혐의)을 피고인(대표이사)이 인정함에 따라, 재판과정에서 사업주의 의무 위반과 사망사고 사이 인과관계 성립 여부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두 사건 모두 단 한 차례의 공판만 진행한 뒤 판결이 이뤄졌다.
형사처벌의 핵심요건인 범죄사실 인정 여부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중처법으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중처법 의무 위반→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 구체적 안전보건조치 의무위반→사망의 결과 발생’의 2단계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지만, 1·2호 사건 모두 대표이사의 중처법 의무위반과 사망사고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근거나 논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피고인(대표이사)이 인정하면서 재판에서 사망의 인과관계 성립 여부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원의 공소사실을 보면 원청 대표이사의 중처법 위반이 하청업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작업계획서 미수립 등)과 사고 발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수사기관(노동청·검찰)이 하청업체가 산안법상 해야 할 구체적 안전조치를 원청 경영책임자의 중처법상 의무로 잘못 이해해 기소했고, 법리 다툼 없이 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원청의 중처법상 의무이행 범위에 대한 확대해석으로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중처법 1·2호 사건 판결에서 ‘매우 엄중한 형량’이 선고된 것과 관련해 “향후 중처법으로 재판이 예정된 12건(삼표산업 제외)은 모두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라며 “법 준수 대응 능력이 미비한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은 사망사고 발생 시 대표이사가 형사책임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진우 교수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너무 많은 허점이 보이며, 유죄라고 결론을 내려놓고 이것에 꿰맞추기 위한 논리 전개를 했다는 느낌이 확연하다”며, 법원에서 유무죄가 다퉈지지 않으면 고용부의 자의적 수사와 검찰의 기소가 남발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김상민 변호사는 “중처법 제정 이후 법 위반사항과 사망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어떻게 인정될 수 있는지 논란이 많았는데, 1호·2호 판결은 자백으로 인해 법원이 정밀한 논증 없이 인과관계를 쉽게 인정했다”며, “추후 인과관계를 적극 다투는 사건에서의 법원 판결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처법의 처벌 규정이 과도한데도 이번 판결은 인과관계 입증에 대한 철저한 법리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면서 “안전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 중한 처벌이 부과되지 않도록 법 적용 시기를 추가로 유예하는 등 정부가 하루빨리 법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