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금호산업 채권단이 외부 전문평가기관에 의뢰해 책정한 금호산업 기업가치가 주당 3만1000원으로 확정됐다. 호반건설이 예비입찰에 제시했던 가격을 협상 출발선으로 삼으려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기대치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다. 박 회장과의 협상을 앞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고되면서 채권단 역시 신중모드에 돌입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본점에서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고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격 도출에 앞서 협상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적정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격론이 오가며 결론을 내리는데 실패했다. 채권단은 자료를 보강해 16일 재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검토를 위해 최근 거래됐던 딜의 사례분석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며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뿐이다보니 채권단들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은행과 재무적 투자자들의 입장차도 컸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금호그룹의 워크아웃으로 발생한 손해를 만회하려면 주당 6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의결권의 60%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진행하게 된 근원인 대우건설 인수 당시 참여했던 재무적 투자자는 대우건설이 산은 사모투자펀드에 매각되면서 금호산업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입은 손실에 대해 기회비용없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격이 주당 6만원선이다.
반면 채권은행들은 통상 경영권에 대해 30% 수준의 프리미엄을 적용하는 것을 감안해 현실적 수준의 가격을 제시하자는 입장이다.
앞서 이날 외부평가기관인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은 금호산업의 기업가치 평가보고서를 채권단측에 제출했다. 양 기관이 각자 제출한 평가 결과의 차이는 주당 1000원~2000원으로 이를 산술평균한 금호산업 기업가치는 3만1000원이 됐다.
지난 5월 호반건설이 입찰가격으로 제시한 주당 3만900원(지분 57%, 6007억원)과 큰 차이가 없지만,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이다. 이번에 산정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고서도 박 회장의 우선협상권 행사 대상 ‘지분 50%+1주’의 가치는 5318억원에 달한다.
이렇다보니 향후 채권단과 박 회장간의 가격 협상도 팽팽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최종 가격을 넘겨주면 면밀히 검토한 뒤 인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금호산업이 그룹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박삼구 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