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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정비사업 `용산참사` 불렀다

윤도진 기자I 2009.01.20 18:16:39

(재종합)용산 국제빌딩주변 4구역
철거민5명, 경찰 1명 사망..부상자도 수두룩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서울 용산 한강로변 재개발 지역에서 경찰이 주민들을 강제 진압하는 도중에 5명의 철거민과 경찰 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영세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이 미비한 정비사업이 비극적인 사고를 불렀다.

◇ 새벽 강제철거..6명 사망 23명 부상

20일 서울시와 용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아침 서울 용산 한강로2가 대로변 4층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용산 국제빌딩 특별4구역 상가철거반대대책위원회 소속 상인 30여명을 철거용역 직원과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졌다. 부상자는 23명이 발생했다.

현재 병원으로 이송된 철거민과 경찰, 용역직원 등 부상자 가운데는 위독한 중화상 환자도 있어 추가 사망자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오전 사고 당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던 철거민 1명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경찰서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오전 7시26분께 특공대원들이 망루내 1단에 진입하자 3단에 있던 농성자들이 특공대원들이 있던 1단으로 시너를 통째로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6명의 사망자 대부분이 이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사망자들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 중이다. 경찰은 이날 아침 특공대를 투입해 건물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던 시위대 20여명을 강제 연행했다.

◇ 조합주도 무리한 사업 `禍` 불러

용산소방서 측은 일단 화염병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자세한 화재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고 직후 정병두 1차장 검사를 본부장으로 검사 7명과 수사관 13명을 투입해 수사본부를 꾸려 진상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지역은 현재 80% 가까이 철거가 이뤄진 상태지만 상가 임차인 등 보상 대책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세입자들이 철거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체 주거세입자 456명, 영업세입자 434명이 있으며 이 중 85.7%인 763명에 대해서는 보상이 완료됐다.

보상협의를 하지 못한 상가·주택 세입자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용산구청과 시행사 등을 상대로 보상대책을 요구해 왔다. 지난 19일 새벽부터는 철거 용역직원과 경찰에 맞서 화염병과 돌을 투척하는 등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사고 소식에 "조합 주도의 무리한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다보니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조합 재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면밀히 점검해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이날 사고대책본부를 발족해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청과 함께 사고 경위 및 현황 파악에 나섰다.

이날 사고가 난 국제빌딩주변 특별4구역은 노후 상가 및 주택을 철거하고 최고 35층 주상복합 3개동, 업무용 빌딩 3개동을 짓는 사업이 진행중이다. 사업 시공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림산업, 포스코건설이 맡고 있으나 890여명에 달하는 세입자 보상 협의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작년부터 분양사업이 미뤄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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