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팔자" 대세…수억 낮춘 한강벨트, 분당·과천도 소형급매 봇물

김형환 기자I 2026.02.18 18:20:29

개포래미안, 1억 낮춘 35억 매물 나와
서울 다주택자, 경기 핵심지 소형 내놓고
중개업소에 "먼저 팔아달라" 요청도
李. 아파트 투기 부추긴 정치권 정조준
전문가 "매물 증가…집값 상승세 꺾일 것"

[이데일리 김형환 최정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며 설 연휴 기간에도 다주택자 매물이 급매로 시장에 쏟아져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한강벨트, 경기의 경우 과천·분당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급증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늘어나지만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는 위축돼 지값 오름세가 주춤할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 시내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사진=노진환 기자)
한강벨트 중심 매물 출회…수억원 낮춘 급매도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남 3구와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서울 급매가 쏟아졌다. 송파의 경우 이날 4718건으로 지난해 말(3374건) 대비 39.8%, 성동 역시 같은 기간 1216건에서 1656건으로 증가해 36.2% 증가했다. 이외에도 △서초(27.9%) △강남(22.3%) △마포(18.9%) 등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매물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로 설 연휴 기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는 게 한강벨트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마포의 한 공인중개사는 “급매로 나온 게 있는지 묻는 전화와 어느 정도 시세가 적당한지 묻는 매도인들의 상담이 계속돼 연휴 동안 여유가 없었다”며 “호가보다 수천만원까지 떨어진 급매가 나오기도 했다. 워낙 문의도 많다 보니 조만간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세보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 떨어진 급매가 다수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초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전용면적 59㎡가 42억 5000만원에 나와 있다. 이는 신고가(47억원) 대비 4억 5000만원 가량 떨어진 가격이며 최근 거래 가격(43억원)보다 5000만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강남 개포래미안포레스트(전용 84㎡)의 경우 기존 신고가가 42억 7000만원, 호가가 36억원 정도에 형성돼 있었지만 약 1억원 가량 낮춘 35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서울 외곽 지역의 경우 매물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추세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해 말보다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노원의 경우 이날 4966건으로 지난해 말(4945건) 대비 0.4% 소폭 늘었다. 성북과 도봉의 경우 같은 기간 각각 4.8%, 1.1%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 지역의 특성상 다주택자보다는 실수요자들이 모여 있어 매물 출회가 더딜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들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7229건 중 15억원 이하 비중은 5156건(71.3%)에 달한다. 대출 규제로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6억원으로 묶여있는데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6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경기 핵심지 중심 매물 나와…당분간 흐름 이어질 듯

경기도 핵심지를 중심으로 다주택자 보유 매물이 나오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는 2645가구의 아파트 매물이 나와 작년 말(1987가구) 대비 33%나 급증했다. 과천은 417가구로 같은 기간 작년 말(326가구)보다 27.9% 증가했다.

분당구 야탑동 장미마을 8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서울에 살면서 분당 20평 이하 소형 평수를 팔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실거래가가 안 찍혔지만 직전 신고가 대비 더 싸게 팔리는 경우도 있다”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본인 아파트 먼저 팔아달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다주택자 문제제기는 설 연휴에도 지속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각각의 책임으로 주어진 자유를 누리며 법률이 허용하는 최대의 방식으로 돈을 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법과 제도를 벗어나지 않는 다주택 보유 자체를 사회악이라 비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러나 법과 제도를 설계하고 시행할 권한을 가진 정치가 ‘바람직하지 않은’ 다주택 보유를 부담이 되도록 만들거나 금지하지 않고, 오히려 이익이 되도록 특혜를 줘 투기를 조장했다면 이야말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과 제도를 관할하는 정치는 입법·행정 과정에서 규제·세금·금융 제도 등을 통해 이익이 아니라 손해가 되게 만들어 다주택을 회피하게 해야 한다”며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그럴 권한을 맡겼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투기를 부추긴 정치인을 비판하며 다주택자의 특혜를 철저히 회수할 것을 다시한번 강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물이 증가하지만 매수자 심리가 둔화돼 집값 오름세도 꺾일 가능성이 크다”며 “5월 10일 이후에도 (보유세 등으로 인해) 고가 1주택자 매물이 나오고 임대사업자 물량이 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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