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각에선 나날이 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인도를 비롯한 대체투자처의 매력도 상승, 여전한 중국 정부의 통제적 성향 등을 골고루 따질 때 중국의 해외 자본 유치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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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 23일까지 VC들이 투자한 기업 61곳이 중국 증시 상장에 성공하며 450억달러(약 59조원) 이상을 조달했다. 지난해 VC 포트폴리오사의 연간 IPO 건수(중국 증시)가 198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아직 한참 부족한 규모지만, 중국 정부가 IPO 등록제를 앞세워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에 사활을 건 만큼 하반기 들어 IPO 수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월 시행된 중국의 IPO 등록제는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제도로,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등록제는 △상장조건 간소화 △상장심사 절차 개선 △IPO 주관사 제도 개선 △기업자산 구조조정 제도 개선 △감독관리 및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로 향하는 중국 기술 기업의 발걸음을 자국으로 되돌리며 자본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복안이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빛을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에서는 총 80개 기업(VC 포트폴리오사 포함)이 신규 상장했다. 미국에서는 자금조달 여건 악화 및 은행들의 잇따른 파산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같은 시기 총 56개사가 신규 상장했다. 글로벌 IPO 시장에서의 중국계 신규 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팡싱하이 부주석은 최근 한 행사에 참석해 IPO 등록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의 IPO 제도 개혁으로 상장사 수가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회복세로 글로벌 투자자들 또한 중국에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 용이한 엑시트…벤처투자 선순환은 ‘물음표’
중국은 IPO를 통한 엑시트(자금회수)가 용이해진 만큼, 자국 벤처투자 시장도 선순환 구조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모양새다. 투자기업의 IPO를 통해 VC들이 자금을 회수하면 이를 다시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경제의 규모를 키워나가는 그림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중국의 해외 자본 유치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갈등이 나날이 격화하고 있는데다 대체 투자처가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고 있고, 당국 개입 등 중국의 통제적 성향 또한 여전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는 것은 단연 미·중 갈등이다. 현재 미국 안에서는 미국 투자업계의 중국 투자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맥신 워터스 민주당 의원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월스트리트가 적대적으로 나오는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대놓고 이빨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사들은 혹시 모를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중국 의존도를 줄여왔고, 그 결과 지난해 중국 벤처시장 총투자액은 2021년 대비 50% 가까이 감소한 1548억달러를 기록했다.
대체 투자처의 매력도가 중국보다 월등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요소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년 전부터 인도와 베트남, 일본 등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성장성이 뚜렷한 지역을 대체 투자처로 낙점해왔다. 이들 중 젊은 인구가 포진된 인도의 성장세가 특히 무섭다. 인도는 최근 인구 측면에서 중국을 추월했다. 기업가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객 수’를 위해 중국 투자를 검토하는 곳이 과거에는 많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중국의 IPO 등록제는 엑시트에 목마른 일부 투자사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도 “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중국의 통제적 성향, 대체 투자처의 부상을 모두 따질 때 중국 투자에 선제적으로 나설 글로벌 투자사가 과연 몇이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