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피의자 조사 때 수갑찬 쌍둥이 형제…인권위 “인권침해”

이소현 기자I 2023.02.07 14:25:49

경찰에 과도한 수갑 사용 ‘주의’ 권고
"수갑 채우려면 명확한 요건 있어야"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경찰이 피의자를 신문 조사할 때 과도하게 수갑을 사용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수갑을 채우려면 명확한 요건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인권위는 A경찰서장에게 진정사건의 당사자인 경찰관에 대해 ‘주의’ 조치를 하고, 수사과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수갑 사용의 요건과 한계, 유의사항 등을 명확히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쌍둥이 형제 어머니인 진정인은 경찰이 피의자 조사를 하면서 피해자 B씨에게는 7시간, 스스로 출석한 피해자 C씨에게는 4시간 동안 수갑을 사용한 것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경찰은 영리약취와 특수감금, 강요미수 등의 사건 조사를 위해 피해자들에게 출석요구를 했으나 여러 차례 출석을 거부, 위치추적을 통해 피해자 B씨를 검거했고, 피해자 C씨는 경찰서로 자진 출석해 체포영장을 제시 후 집행했다.

해당 경찰관은 피의자들이 함께 강도상해를 범하는 등 범죄 경력과 도주 우려가 있고 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자해 우려도 있어, 범죄수사규칙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라 수갑을 채워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범죄수사규칙 제73조 제2항에 따르면 경찰관은 조사가 진행 중인 동안에는 수갑·포승 등을 해제해야 하나, 자살·자해·도주·폭행의 우려가 현저한 사람으로서 담당 경찰관과 유치인 보호주무자가 수갑·포승 등 사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람에 대해서는 예외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경찰이 피의자 신문과 대기 시간 동안 피해자들에게 계속 수갑을 사용한 것은 합리적 또는 불가피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러 건의 범죄 경력이나 최근 이루어진 범죄 사실이 있다고 해서 피해자들의 도주 우려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경찰은 피해자들이 자살·자해·도주·폭행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체포 과정과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자·타해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경찰이 수갑을 사용할 때 경찰청 내부 지침에 따라 수사과정확인서에 수갑 사용 경위 등을 기재해야 하지만, 해당 경찰관이 이를 누락한 사실도 지적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수갑·포승 등을 사용한 경우 수사 과정 확인서 ‘기타 조사과정 진행경과 확인에 필요한 사항’란에 사용 여부를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피의자 신문을 하면서 장시간 수갑을 사용한 행위는 수갑 사용의 요건과 한계·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며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진정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