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임추위는 지난달 14일부터 NH농협금융 회장 및 3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 임추위는 심층 면접 진행 후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이 전 실장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이 후보자는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최종 선임되며 내년 1월 1일부터 향후 2년간 NH농협금융을 이끌게 된다.
1959년 부산 출생인 이 후보자는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행정고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미래부 1차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이 후보자는 예산, 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해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경제통’으로 불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 작업에 관여했으며,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참여하면서 금융위원장, KDB산업은행 회장 하마평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당초 NH농협금융 안팎에서는 손병환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쳤다. 손 회장이 재임하고 있는 동안 순이익이 크게 났고,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2년 임기 이후 1년을 연임했던 관례에 따라 손 회장의 연임이 굳어져 가는 분위기였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2조2919억원와 올해 상반기 1조3505억원 등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면서 전직 관료 출신인 이 전 실장이 최종 낙점됐다.
이는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2024년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연임을 노리고 현 정권과 스킨십이 있는 관료 출신으로 인사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내부에서도 농협중앙회나 농협금융의 각종 현안을 추진하고 현 정권과 소통을 원활히 하는 데는 내부 출신보다는 관료 출신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현실론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서는 NH농협금융에 이어 다른 금융사 인사에서도 관료 출신이 중용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신한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현 회장 대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최종 선정됐다.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BNK금융지주 회장도 외부인사를 넣기 위해 정관까지 변경하는 등 변화 기류가 흐른다.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13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할 예정이다. 내부 출신과 함께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등 외부 출신의 ‘낙하산’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1월 2일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후임 인사도 세간의 관심사다. 기업은행장의 경우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선임되는데, 차기 행장 후보로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