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거기 증권부죠? 특징주 기사를 보고 투자했다가 억(億)대의 돈을 잃었어요. 한 번만 더 기사 그렇게 쓰면 가만두지 않을 거에요.” 주식투자를 10년간 해왔다는 한 중년 남성이 얼마전 걸어온 항의전화 내용이다. 언론사 증권부에서 일하다 보면 이 정도야 일상적인 일이지만 놀라웠던 건 10년씩이나 투자를 했다는 이 투자자가 이미 오를 만큼 오르고 빠질 만큼 빠진 종목의 상황을 전달하는 특징주 기사만 보고 그 큰 돈을 투자했다는 대목이었다.
사실 이는 그날 그 남성 투자자 한 명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개 주식투자를 한 두 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경험이 있을 법하다. 아니,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 어렵게 모은 소중한 돈을 이렇게 한 순간에 잃어버리는 일이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지만 증권기사를 쓰는 언론사에서 모든 사람을 붙잡고 교육을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나라에서 주식을 사기 전에 시험을 보게 할 수도 없으니 더 걱정스러운 일이다.
`투자의 귀재`로 잘 알려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간밤에 버핏 회장은 부동산투자신탁인 스토어캐피탈 지분을 10% 가량 사면서 우리 돈으로 4100억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그 결정과정이 무려 3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스토어캐피탈 크리스토퍼 홀크 최고경영자(CEO)는 “(버핏은) 2014년 스토어캐피탈을 처음 알게 된 후부터 우리를 면밀하게 관찰했다”면서 “이를 통해서 우리 회사나 전략 사업모델 경영진 정보공개 등에 익숙해진 뒤 시장에서 매력적인 기회가 생겼을 때에야 (투자를) 실행했다”고 귀띔했다.
버핏은 하루 종일 기업보고서 등 무엇인가를 읽으며 투자 기회를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화를 영화로 만든 `빅쇼트`에 나온 마이클 버리도 10년치 자료를 뒤지다가 미국 주택시장이 무너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러다 모두가 강세장으로 환호할 때 공매도에 베팅해 큰 돈을 벌었다. 결국 투자에 왕도는 없는 법이다.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길은 부단히 시간을 들여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