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인 악재에 1900선도 '풍전등화'

김경민 기자I 2013.04.18 16:18:45

글로벌 경기 둔화에 실적 우려 커져
외국인 연일 순매도하며 수급 압박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국내 증시가 갈림길에 섰다. 겹겹이 쌓인 악재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1900선도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다.

18일 코스피지수는 1%이상 떨어지면서 1900선에 턱걸이했다. 지난 16일 장중 1900선이 깨진 적은 있지만, 종가 기준으론 작년 11월22일 이후 1900선을 밑돈 적은 한 번도 없다.

1900선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바닥으로 여겨지는 구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00선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PER)로는 8.6배로, 지난 2004~2007년 사이 국내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50조~60조원이던 때의 밸류에이션이다. 올해 총순이익이 100조원 내외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싼 지수대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안팎으로 쏟아지는 악재로 기술적인 분석도 힘을 잃고 있다. 우선 올 1분기 경제성장률(GDP)이 8%대를 밑돈 중국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진 점이 크다. 독일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럽에 대한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내적으론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외부 악재에도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버팀목이 됐었던 터라 충격이 더 큰 분위기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건설업종 등에 이어 중국 관련주의 실적도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 역시 2분기 실적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 점도 문제다. 이달 외국인은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 연일 매도에 나서고 있다. 구원투수였던 연기금의 매수 강도가 약해지고 있고, 기관도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PBR 1배 수준인데도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외국인 수급을 받아줄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아래가 뚫렸다면서 1900선의 의미는 크게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전망은 다소 엇갈렸다. 대부분 전문가는 1900선 아래로 내려가더라도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1900선이 지지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본격적인 반등은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1900선이 위태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면서 “소재, IT, 일부 통신주 등의 실적이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 하단 지지의 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의 체력이 다한 상태에서 주가가 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더 내려갈 위험이 있다”면서 “그동안 경제가 안 좋은데도 주가가 버텨왔던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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