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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자 원정'부터 '110세 최고령 한 표'까지…투표소 이색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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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기자I 2026.06.03 17:40:04

전국 1만 4288개 투표소 활기
헬스장·터미널 대기실 등 이색 투표소 눈길

[이데일리 김주환 기자] 110세 초고령 어르신의 간절한 기도부터 생애 첫 투표에 나선 19세 학생의 설렘까지, 세대와 생업을 뛰어넘은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전국 1만 4288개 투표소를 가득 채웠다. 아파트 헬스장과 터미널 대기실 등 일상 속 이색 공간에서 치러진 제9회 지방선거 본투표 현장은 온종일 뜨거운 표심과 감동으로 활기를 띠었다.

3일 서울 성북구 숭덕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치러진 제9회 지방선거 본투표장에는 만 19세 고등학생의 생애 첫 투표부터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투표소를 찾은 106세·110세 초고령 어르신들의 발걸음까지 이어지며, 생업과 세대를 뛰어넘은 유권자들이 잔잔한 울림을 안겼다.

이날 전국 1만 4288개 투표소 현장에서는 이른 아침 ‘투표소 오픈런’을 감행한 어르신들부터 퇴근길에 합류한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유권자들이 교차하며 온종일 활기를 띠었다.

투표소에서는 한 세기를 뛰어넘은 유권자들의 위대한 발걸음이 이어지는 한편, 본인 확인 절차를 둘러싼 크고 작은 소동도 목격됐다.

이날 오전 광주 동구 계림1동 제2투표소에는 광주 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만 110세(1915년생) 김정자 할머니가 딸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해 큰 감동을 자아냈다.

지팡이에 의지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김 할머니는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늘 새벽 4시부터 일어나 기도했다”며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선거를 한 번도 안 빠졌다. 100살이 넘은 나도 투표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꼭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전주 삼천3동 투표소에서도 만 106세(1920년생) 김계순 할머니가 보행보조기에 의지한 채 투표소를 찾았다.

김 할머니는 “힘들어도 우리나라가 잘되라고 왔다”며 “당선인들이 젊은 사람들이 성공하는 정치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런 초고령층의 간절함은 서울 잠실5단지 투표소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한 만 19세 고등학생 배모 씨의 “내 손으로 직접 투표를 하니 감회가 새롭다”는 청년층 목소리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3일 광주 동구 한 도자기 판매점에 마련된 계림1동 제2투표소에서 자치구 최고령자 김정자(110) 할머니가 투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신분증 확인 절차 때문에 현장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의 한 투표소에서는 한 70대 유권자가 실물 신분증 대신 휴대전화로 촬영해 둔 신분증 사진을 제시했다가 투표가 거부되자, 선거사무원들에게 “이게 나라냐”며 욕설을 퍼붓는 소동이 일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화면 캡처나 신분증 사진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모바일 신분증 공식 앱을 직접 실행해 검증해야만 투표가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지역 발전과 유권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생업을 미루거나 먼 길을 달려온 이들의 열정도 뜨거웠다.

인천 보궐선거 격전지와 맞물린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 주민들은 생업인 꽃게 조업을 잠시 내려놓고 투표소로 향했다.

연평도의 한 선주는 “최근 꽃게가 덜 잡히는 시기이기도 해 오늘 하루 조업을 나가지 않고 투표를 선택했다”며 “우리 일상생활과 직결된 공약을 제대로 실천할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고령층과 군인이 많은 인천 옹진군은 오후 5시 기준 68.2%의 압도적인 투표율을 기록하며 인천 내 최고치를 견인했다.

외국인 영주권자들의 행렬도 눈길을 끌었다. 대선·총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선거권이 부여된다.

서울 대림2동 주민센터를 찾은 중국 태생 영주권자 이모(67) 씨는 “지게차 일을 하러 강원도에 가 있었는데,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오늘 아침 일찍 차를 몰고 서울로 올라왔다”며 “한국 국민은 아니지만 이곳에 살아가며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부심”이라고 전했다.

유권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 주변의 친숙한 공간들이 투표소로 변신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8동에서는 태권도장에 투표소가 마련돼 이른 아침부터 동네 어르신들이 줄을 서는 이색 풍경이 연출됐다. 울산 북구 농소1동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 투표소가 설치돼 유권자들이 러닝머신과 바벨 등 각종 운동기구 사이에 줄을 서서 표심을 행사했다.

일련의 교통 요충지도 투표소로 활용됐다. 울산고속버스터미널 승차장 앞 대기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한쪽에서는 버스 승객들이 승차를 기다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는 기묘한 동거도 이뤄졌다.

한편 이번 제9회 지방선거 본투표는 오늘 오후 6시 정각에 마감된다. 지난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에는 반드시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지정된 투표소로 방문해야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주민등록증·여권·운전면허증 등 공식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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