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선수 욕한 비뚤어진 中 팬심, 웨이보 “계정 영구 차단”[중국나라]

이명철 기자I 2024.08.05 15:54:27

파리올림픽 여자 탁구 결승, 두명 중국 선수 격돌
랭킹 1위 이긴 천멍, 온오프라인 악의적 공격 받아
웨이보, 관련 계정 처벌하고 콘텐츠 1.2만여건 정비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2024 파리올림픽에서 같은 중국 국가대표선수인데도 관중들이 일방적으로 한쪽만 응원하며 다른 편은 비판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상대적으로 더 유명한 선수만 맹목적으로 따르는 팬덤 현상을 두고 중국 내 화제가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여자 탁구 단식 결승전에서 승리한 중국 선수 천멍이 경기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 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 탁구 단식 결승전에서는 세계랭킹 1위인 쑨잉사와 4위 천멍 두 명의 중국 선수가 맞붙었다. 탁구 강국인 중국에서 결승전에 두명의 자국 선수를 보내 금메달과 은메달을 모두 확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국 선수들이 결승전에 올라왔다면 대중들은 모두를 응원하게 되지만 중국은 달랐다. 대만, 홍콩 등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경기장에 참석한 관람객들은 일제히 세계랭킹 1위 쑨잉사를 응원했다.

쑨잉사가 득점할 때마다 관중들은 환호했고, 반대로 천멍이 점수를 올리면 야유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일부 관중은 천멍에게 손가락 욕을 하는 모습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관중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경기는 천멍의 승리로 끝났다. 천멍은 금메달을 획득했고 쑨잉사도 값진 은메달을 받았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탁구 단식에서 은메달, 금메달, 동메달을 받은 쑨잉사(왼쪽 첫번째), 천멍(가운데), 히나 하야타(오른쪽 첫번째)가 3일(현지시간) 시상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금메달을 딴 천멍은 중국 내부에서 축하보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승전 후 시상식에서 천멍이 금메달을 받을 때 중국인 관중들은 천멍이 아닌 쑨잉사의 이름을 연호하며 아유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등에서는 천멍을 비판하고 인신공격성의 게시글을 올린 네티즌들도 있었다.

천멍이 일부 중국인들로부터 외면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쑨잉사가 상대적으로 더 유명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홍콩 매체인 봉황망은 쑨잉사가 우승하면 2000년 이후 출생자로는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이고 그랜드슬램 달성 속도도 433일만으로 가장 빠르다고 전했다. 파리올림픽에서 스타 탄생을 바라던 쑨잉사의 열렬한 팬들이 오히려 자국 선수를 욕하는 왜곡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인들의 엇나간 팬심이 올림픽에서 화제가 되자 중국 내부도 조치에 들어갔다.

웨이보는 파리올림픽 여자 탄구 단식 결승전에서 일부 관중의 비이성적 행동이 인터넷에서 논란을 일으켰고 일부 이용자들은 악의적인 추측을 퍼트리고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공격하는 내용을 올렸다고 이날 밝혔다.

웨이보가 최근 올림픽 탁구 결승전에서 불거진 천멍에 대한 비판 여론 등과 관련해 엄정히 대처하겠다느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사진=웨이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웨이보는 이에 파리올림픽과 관련해 악의적인 비난 등의 내용이 담긴 콘텐츠 1만2000건 이상을 정리했고 300개 이상의 계정을 사안에 따라 영구 및 임시 차단 조치했다고 전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외국 언론을 통해 천멍을 야유하는 팬들의 모습을 봤을 때 너무 부끄러웠다”고 지적했고 다른 사용자는 “천멍은 (야유에도) 불구하고 경기 후 인터뷰를 마치며 자신과 쑨잉사를 응원해 준 관중들에게 아낌없는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국가의 영광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든 선수는 우리의 존경을 받을 가치가 있다”며 “근거 없는 악의적 추측, 상호 학대, 심지어 선수의 사생활 침해는 모두 운동선수는 물론 중국 스포츠 산업에도 해롭다”고 지적했다.

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는 온라인 밈으로도 활용되는 ‘오늘도 평화로운 ○○나라’를 차용한 시리즈입니다. 황당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감동과 의미도 줄 수 있는 중국의 다양한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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