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줌인]'괴짜 총장' 이광형 의사과학자 양성 집념..KAIST 부속병원 나올까

강민구 기자I 2022.02.15 13:39:05

1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서 과기의전원 설립 의지
기존 의과학대학원 확대하고, 2026년 과기의전원 전환
의무석사 4년, 공학박사 4년..10년 개업 제한도
"바이오의료 유망···새로운 교육제도로 변화 이끌겠다"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현 의학전문대학원을 2026년께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으로 바꿀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KAIST 부속병원도 설립해야 한다.”

‘괴짜 총장’ 이광형 KAIST 총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의사과학자 양성 의지를 피력했다. 이광형 총장은 “연구중심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인류의 건강 문제를 해결할 의사과학자와 바이오 경제를 선도할 창업가를 키워낼 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관련 법 개정, 정원 배정, 대학 설립 인가, 예비인증 등을 차례로 해나가며 바이오의료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1990년대 전산학과 교수 시절 김정주(넥슨)·김영달(아이디스)·신승우(네오위즈)·김준환(올라웍스) 등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배출해 ‘KAIST 벤처 창업의 대부’로도 불린다. 2001년 바이오와 ICT 융합을 주장하며 바이오뇌공학과를 설립하고, 2009년에는 지식재산대학원과 과학저널리즘대학원을, 2013년에는 미래학 연구기관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설립을 주도해 미래를 앞서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형 KAIST 총장.(사진=KAIST)
◇과기의전원 설립 추진 왜? 연구하는 의사 부족

KAIST가 과기의전원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의사과학자를 키워내야 한다는 대내외적 필요성 때문이다. 의사과학자는 연구자의 역량을 갖춰 신약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는 인재를 뜻한다. 최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40%, 미국국립보건원(NIH) 기관장의 70%가 의사과학자다. 코로나19 대응,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발전에 따라 연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반면 국내 의료 양성 체계는 주로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에 집중돼 기초 의학을 진로를 선택하는 의사가 적고, 의사과학자가 되기 위한 석박사 학위를 취득 후에도 임상의로 복귀하는 사례가 많다. 바이오의료 산업이 계속 커지지만 의료기기, 혁신 신약 등은 모두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 총장은 “반도체 산업보다 바이오 의료 산업이 크지만 우리나라는 손을 놓고 있다”며 “의사들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고, 병원에서 실험실습을 중개할 과학자가 없는 실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교육 제도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KAIST는 현재 운영하는 의과학대학원을 우선 확대한뒤 2026년께 과기의전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과기의전원에는 생물학과, 기계공학과 등 이공계열 학생들을 유치하고, 과학기술의학융합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의학과 공학(인공지능·바이오·물리)를 배우는 석사를 4년 동안 이수한 뒤 공학박사를 4년 동안 이수해 총 8년에 거친 교육으로 임상의학, 융합의학, 의학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졸업뒤 10년 동안 개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도 해서 의사과학자의 졸업 후 이탈도 막을 예정이다.

이 총장은 “현재 의사들이 와서 공부하는 곳인 의과학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졸업생 대부분이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나이도 많아 연구에 대한 흥미를 갖기 어렵다”며 “과기의전원으로 전환해 기존 의대와 다른 형태로 운영해 의학, 공학을 아우르는 새로운 교육체계 속에 인재를 길러 내고,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실험 등을 해나갈 부속병원의 점진적인 설립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전문가 협의체도 운영 시작..의료계 설득 관건

최근에는 KAIST뿐만 아니라 포항공과대학교, 울산과학기술원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과학기술계와 의료계 전문가로 구성된 ‘의사과학자 양성협의회’ 운영을 시작했다. 황판식 과기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의사과학자를 키워내야 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었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라 의사과학자 양성이 다시 주목받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의료계 설득 작업이 의사 과학자 양성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후 연구계로 돌아오지 않는 원인분석부터 의사과학자 처우 개선, 인프라 조성 등이 먼저라고 보고 있는 만큼 정치적, 기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솔직히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그동안 의학전문대학원을 비롯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기초연구자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특성상 병원에서 임상을 중시할 수밖에 없고, 연구를 임상과 떨어뜨려서 생각하기도 어렵다”며 “의과학자들이 과학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기반 조성 등 환경 개선 없이 자칫 의사 자격증을 남발해 임상 의사만 늘리는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