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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코로나19 환자로 지친 간호사들이 컵라면을 먹는 모습을 보고 힘을 보태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난 4일 성동구 행당2동 동주민센터에 뇌병변 장애를 앓는 선우모씨(60)가 휠체어를 탄 몸을 이끌고 등장했다. 그의 손에는 200만원이 든 흰봉투가 꽉 쥐어져 있었다. 그는 “(기초수급자로) 저도 도움을 받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고이 모아둔 200만원을 전달하고 부랴부랴 주민센터를 빠져나왔다.
이러한 따뜻한 감동 스토리는 또 다른 사랑의 기부를 불러왔다.
선우모씨가 기부를 한 지 열흘이 지나지 않아 지난 13일 성동구 행당제2동 주민센터에는 의문의 택배가 도착했다. 보내는 이의 이름이나 나이, 주소지 등 신상이 적혀 있지 않은 우체국 택배 박스였다. 박스를 열자 요즘 한참 동안 줄을 서야 겨우 구할 수 있는 마스크 100장과 함께 손 편지 한장이 들어있었다.
편지에는 “(얼마전 기사를 통해 접한) 힘겹게 살고 있는 뇌병변 장애인인 선우모씨의 기부에 부끄러움과 함께 크게 감동을 받았다”며 “작은 정성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본인을 부산에 거주하는 주부라는 밝힌 이 천사 기부자는 마스크를 어려운 이웃에 전달되기를 희망했다.
이 소식을 접한 선우씨는 “마스크가 부족한데 이 귀한 마스크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보내주셨다 하니 너무 고맙다” 며 “저는 잘한 것이 없는데 여기저기 보도가 나간 이후에 칭찬을 많이 받고 있다”며 수줍어 했다.
이번에 행동2동 주민센터가 전달받은 마스크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저소득 중증장애인의 마스크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선우모씨의 감동적인 선행이 부산의 익명의 기부로 이어지는 등 따뜻한 선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기부받은 물품을 꼭 필요한 소외계층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동구에는 주민들과 지역 기업체들의 코로나19 관련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마장동의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구의 방역활동 및 마스크 배부 등을 고마움을 표시하며 300만원을 기부했고 마스크 대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지역 내 기업체들이 마스크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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