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표명 이어 사직서 서면 제출…승부수 띄운 羅
나 전 의원은 이날 대리인을 통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저출산고령사회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그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실이 받아들이지 않자, 조속히 거취를 정리해달라는 차원에서 서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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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 의원은 서면 사직서를 제출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며 “2019년 12월, 우리 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나야만 했을 때 제가 국민들께, 우리 당원들께 드렸던 말씀으로 그 뜻과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라고 적었다.
나 전 의원은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말씀드린다”며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나 전 의원이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서 멀어졌다며 불출마를 압박하는 일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모처럼 전국으로 내리는 빗방울에 산천과 함께 우리 마음도 씻겨지는 아침, 저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난다”며 “고민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국민, 당원, 언론인들께 무척이나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날 나 전 의원은 충북 단양군 구인사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인사는 윤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 시절 방문한 사찰이기도 하다.
◇순방길 오르는 尹…사직서 수리 여부 ‘촉각’
나 전 의원의 사직서 제출에 대한 대통령실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14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길에 오른다. 귀국 직후에는 설 명절 연휴가 이어지는 만큼 이번 사태를 매듭 짓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는 윤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이 사직서를 반려한다면 나 전 의원의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사직서를 수리한다면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일련의 논란 이후에도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30%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이를 명분 삼아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나 전 의원에게 모처럼 온 기회”라며 “대통령은 4년 뒤에 임기가 끝나지만 국민의힘과 나 전 의원은 4년 뒤에도 대선을 또 치러야 한다”며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사직서를 수리하면 출마를 허가하는 의미로 삼을 수 있고, 반려하면 본인이 장관직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