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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잠수함' 보유 논쟁 재점화…호주 사례 주목

김호준 기자I 2022.03.04 14:18:24

美 전문가 "북 잠수함 위협 대비에 핵잠수함 불필요"
무인체계 활용한 대잠전 역량 강화 대안으로 제시
'대북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핵잠 필요 주장도
지난해 미국이 핵잠 기술 지원 약속한 호주 사례 주목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대통령 선거와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 군의 핵추진잠수함(핵잠수함) 보유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비용이 많이 드는 핵잠수함 도입보다 ‘대(對)잠수함’ 역량 강화가 효율적이라는 주장과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전략 타격 능력을 갖춘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미 해군 오하이오급 핵추진잠수함 네바다함이 괌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미 해군)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브라이언 클락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모델 적용’ 화상 토론회에서 “북한 잠수함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클락 선임연구원은 그 이유로 한국의 경우 인근 바다 수심이 얕고, 하루 이틀 안에 역내 어디든 갈 수 있어 핵잠수함 운용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 해군 해상체계사령부(NAVSEA) 보고서를 인용, 무인체계를 이용한 대잠수함전 역량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이동식 탐지기나 자동전파 발신 부표 등을 통해 적 잠수함을 탐지·추적하면 재래식 잠수함을 통해서도 충분한 대응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미 해군 버지니아급(7800톤급) 핵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해선 35억달러(약 4조 2395억원) 이상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무인체계를 활용한 대잠수함전 역량을 갖추는 데는 더 적은 비용이 들어 효율적이라고도 강조했다.

미 해군 핵추진잠수함 와이오밍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 II’가 발사되고 있다. (사진=미 해군)
반면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핵잠수함을 포함한 억제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박 교수는 핵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해선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군사적 목적의 핵 연료 사용이 제한되는데, 이를 염두에 둔 지적으로 풀이된다.

박 교수는 미국 주도의 다양한 연합훈련에 참여하는 등 여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핵잠수함은 전 세계 각국 해군이 보유하고 싶어하는 ‘꿈의 무기’로 꼽힌다. 재래식 디젤 잠수함보다 월등한 잠항 능력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기술까지 갖출 경우 언제 어디서든 적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기 때문이다.

현재 핵잠수함을 운용 중인 나라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참여정부 시절부터 핵잠수함 도입을 지속적으로 검토·추진해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말 핵잠수함 도입을 안보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9월 미국이 ‘오커스’ 동맹에 참여한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지원키로 한 것처럼 우리도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면 핵잠수함 도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는 “미국과 실질적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내걸면서도 “호주도 예외를 인정해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만큼 한미 간에도 충실한 협의 통해서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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