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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겉으로 통합을 내걸지만 균열을 바라고, 대화를 바란다고 하지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또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자기 생각과 신념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하고 사회통합, 국민통합을 지향해야 한다”며 “김원봉 선생에 대한 개인적 존경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1948년 월북 후에 북한 최고인민회의 1기 대의원이자 국가 검열상에 오르는 등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함은 물론이고 김일성으로부터 6.25전쟁 공훈자 훈장을 받은 자다. 그 뒤에 숙청 당했다는 게 모든 것에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아무리 좋은 말도 때와 장소가 있는 것”이라며 “‘애국 앞에 진보와 보수 따로 없다’며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내고 훈장을 받은 분을 언급하는 건 나라를 지키다 쓰러져간 호국영령에 대한 모독에 다름없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이념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역사인식을 바로 가질 것을 당부한다”고 일침했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대통령의 추념사에 담긴 의미를 왜곡해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추념사의 핵심 메시지는 애국 앞에서 보수·진보가 없고,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어 통합으로 가자는 취지“라고 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또한 이날 최고위원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메시지가 우리 역사의 통합, 국민·사회 통합을 향한 메시지였는지, 한국당이 억지로 생채기내면서 분열의 메시지로 만들어내고 있는 메시지인지 자문해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같이 평가와 해석이 다양한 역사적 인물에 대한 언급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치적 논란을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정상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에게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시의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지금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문제를 꺼냈다”면서 “김원봉 선생이 독립운동을 한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 ‘한미동맹의 토대’는 지나친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임시정부는 1941년 12월 10일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며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약산 김원봉은 1919년 의열단을 조직해 항일투쟁을 전개했으며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에 취임, 1944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을 지냈다. 그러나 광복 후인 1948년 월북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특히 6·25 전쟁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항일 투쟁 이력에도 그간 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서훈 대상에서는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