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등 수백명 신라호텔에 운집
정몽구·박삼구 회장, 그룹 현안 직접 해결 요청 '강수'
삼성·LG 별도 전시장 마련 대중국 관계 강화 노력
[이데일리 박철근 김형욱 성문재 기자]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총수 및 대표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국내 재계 대표인사들이 4일 오후 신라호텔에 집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 일환으로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이 열린 신라호텔에는 재계 인사뿐만 아니라 취재진, 수행원 등 수 백명이 운집해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울러 경찰, 경호 인력 등도 행사가 열린 다이너스티홀과 영빈관 주변에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 주석은 포럼에 참석한 뒤 호텔 영빈관에 마련된 삼성·LG 전시장을 둘러본 뒤 오후 6시 5분경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의 배웅 속에 호텔을 떠나면서 마무리됐다.
◇정몽구·박삼구 회장, 그룹 현안 해결 위한 돌직구
정몽구
현대자동차(005380)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시 주석과 만남에 사활을 걸었다.
시 주석과의 VIP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정 회장은 충칭 공장 설립인허가를 건의하겠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현대차 충칭공장 인허가 건의에 대해서는 시 주석의 즉답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도 간담회장에 나와 분위기와 충칭공장 인허가 건의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 없이 미소만 지었다.
반면 박 회장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VIP 간담회 참석 전에 기자들과 만나 “(금호타이어 난징이전 문제는)시 주석이 관심을 갖고 있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중 해저터널 건설을 건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가 끝난 후 박 회장은 “시 주석과 일대일로 얘기할 기회는 없었다”면서도 “난징공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계 총수들이 그룹 현안을 직접 말한 것은 그만큼 중국이라는 시장의 중요도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국가 원수와 만나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며 “시 주석과 만남을 통해 세계 최대 시장에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 “촉박한 시간으로 개별 면담 없어 아쉬워”
시 주석의 이번 방한에 대해 재계는 한국과 중국의 새로운 경제협력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분위기가 아주 좋고 열기가 대단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으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포럼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시 주석과 만난 자리 분위기가 좋았다”며 “좋은 기회가 되면 해외 백화점 인수나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CJ 회장도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 주석의 방한 기간이 짧았던 탓에 깊은 얘기를 나누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포럼 참석자들은 시 주석이 한·중 관계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은 나타냈지만, 시간이 촉박해 개별 기업들의 안건은 대부분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재계, 경협분야 전방위 확대 다짐
VIP들이 참석한 포럼 1부에 이어 열린 2부 행사에는 한국과 중국의 양국 기업인들이 경제협력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할 것을 다짐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를 창립한 리옌홍 회장은 ‘기술혁신을 통한 아시아 신시대 창조’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세계 인터넷의 중심이 한국과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최대 인터넷 시장을 보유한 중국과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리 회장은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예리함이 쇠라도 끊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인 ‘이인동심 기력단금(二人同心 基力斷金)’을 언급하면서 “양국이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더욱 협력해 인터넷 발전을 통해 미래를 선도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또 중국 최초은 은행이자 5대 상업은행으로서 포춘 500대 기업인 톈궈리 중국은행 동사장은 위안화 허브로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양국 협력이 지역 금융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만큼 위안화 국제화에 한국과의 공조가 핵심과제”라고 역설했다.
한국측 연사로는 1994년 중국 심양 진출을 시작으로 20년간 중국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아모레 퍼시픽의 김승환 상무가 중국진출경험담과 중국사업전략을 발표했다.
김 상무는 “아모레는 성장의 비결로 중국 고객의 피부 수요에 적합한 제품 개발과 중국직원 비율이 89%에 이르는 현지화 전략, 사회공헌활동 등이 중요 성공요인”이라며 “올해 상해 생산연구기지도 신축할 예정으로 현지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