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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선생 잡아주면 5만원”…빨리 찾아온 폭염에 `이색 알바`도 등장

황병서 기자I 2024.06.24 14:24:51

폭염과 잦은 비…각종 벌레 대량 출몰
5000원~5만원 ‘바퀴벌레 잡이’ 아르바이트
방역업체도 ‘비상’…“바퀴벌레 퇴치 요구, 체감상 2배”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정윤지 수습기자] “집 안에 바퀴벌레 잡아 드려요.”

서울 동작구의 사당동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서모(34)씨는 오픈채팅방을 통해 바퀴벌레 등을 잡아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서 바퀴벌레와 같은 벌레를 잡아달라고 의뢰하는 사람이 많아 시간 대비 짭짤한 소득을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뛰어들었다고 했다. 스무 번 가까이 한 아르바이트로, 한 번 벌레를 잡아줄 때 2만~8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서씨는 “의뢰자 집에 찾아가서 냉장고를 옮기면서까지 바퀴벌레를 잡았더니 고맙다고 3만원을 더 얹어주신 분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오히려 최근에 벌레 잡는 사람이 많아져 아쉽다”라고 귀띔했다.

바퀴벌레 퇴치 및 퇴치를 희망하는 게시 글(사진=SNS갈무리)
이른 폭염과 잦은 비로 바퀴벌레와 러브버그 등 벌레가 자주 출몰하면서 벌레를 잡아달라는 이색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다. 24일 이데일리가 중고거래 플랫폼이자 동네정보 등을 얻는 당근을 통해 확인해보니 ‘바퀴벌레 잡아주실 분 구합니다’, ‘가둬놓고 있는데 처리해주세요’와 같은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사례로 제시한 금액은 적게는 5000원, 많게는 5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겠다는 이도 있었다. 벌레를 잡아주겠다고 하면 인근 지역까지 차로 데리러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한다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이사 와서 바퀴벌레가 냉장고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빠르게 잡아주실 분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바퀴벌레를 잡아달라는 공급이 늘면서 서씨처럼 잡아주겠다는 이들도 많다. ‘24시간 항시 대기, 바퀴벌레 잡아 드려요’라고 적은 한 사람은 바퀴벌레를 잡는 데는 2만~10만원을, 살충제 뿌리기에는 1만원을 제시했다. 오픈채팅방에도 ‘24시간 바퀴벌레 잡아드립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제목의 글을 올린 A(31)씨는 “바퀴벌레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기도 하고 SNS에 잡아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작하게 됐다”면서도 “집이 영등포 쪽이라 이 지역에서 한정해서 1건당 3만원을 받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퀴벌레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지난 21일 서울에 기상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빠른 열대야가 나타나는 등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하면서 러브버그(사랑벌레·붉은등우단털파리)의 급증과 함께 이를 퇴치해 달라는 문의도 많다. 한 작성자는 1만원을 걸고 ‘러브버그 잡아주실 분 구합니다’, 또 다른 작성자는 3만원을 걸고 ‘러브버그 잡아주실 분’을 구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러브버그 퇴치법을 공유해달라’는 글도 이어지고 있으며, 댓글에는 러브버그에 최적의 파리채와 트랩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방역업체들도 폭염 등으로 벌레 출몰이 늘면서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가정에 방문해 방역 서비스를 하는 한 세스코 관계자는 “작년 여름보다 바퀴벌레 방역 건수가 체감상 2배 정도 많다”면서 “일시 방역뿐 아니라 정기 방역도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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