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지도 못한 아이들 4752명…美 총기사망 미성년자 최다

이소현 기자I 2023.08.23 14:01:14

2021년 美 아동·청소년 사망원인 1위…2년 연속
10명 중 8명 남성, 흑인 절반가량…남부지역 집중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2021년 미국에서 총기에 의해 사망한 미성년자(0~19세)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21일 특별 회기에 앞서 총기 개혁 운동가들이 총기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사진=AFP)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소아과학회가 발표한 ‘어린이 총기 사망의 추세와 격차’ 연구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내 아동·청소년 총기 사망자 수는 4752명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2018년(3342명)에 비해 42.1%(1410명) 급증했다. 학회가 가장 최근 공개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사망률을 기반으로 파악한 결과 미국 내 미성년자 총기 사망은 2019년 3390명, 2020년 4368명 등 4년 연속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총기 사망은 2년 연속 미국 아동·청소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학회는 보고서에 “미성년자 사망 원인 1위는 총기 사망으로 2020년에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넘어섰는데 2021년에도 이어졌다”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총기 구매가 급증해 약 3000만명의 아동이 총기 사망의 위험이 큰 총기 소지 가정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 사망은 자살이 주요 원인인 성인과 달리 살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64.3%(3057명)는 살인, 29.9%(1421명)는 자살, 3.5%(168명)는 의도하지 않은 부상 등 순이었다.

나이별로 보면 15~19세가 82.6%(3927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10~14세 11.2%(534명)였으며, 0~4세 3.2%(153명), 5~9세 2.9%(138명) 순이었다.

총기 사망 미성년자 가운데 성별·인종·지역적 불균형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8명(84.8%)이 남성이었으며, 피해자 절반(49.9%)은 흑인이었다. 이 가운데서도 흑인은 총기 살인의 67.3%를 차지해 타살 확률이 높았으며, 총기 자살 중 78.4%는 백인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18일 미 테네시주에서 총기 규제법을 지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AFP)


또 총기 사망 지역은 주로 미 남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지애나가 10만명당 사망률(17.0명)이 가장 높았고 미시시피(14.8명), 앨라배마(11.4명), 몬태나(11.1명), 사우스캐롤라이나(10.2명) 순이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소아과 의사인 애니 앤드루스 총기폭력예방 연구원은 “의사가 처음 됐을 때 총상을 입은 아이들을 이렇게나 많이 돌보게 될 줄 몰랐지만, 실제로 어린이 병원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이들의 상당수는 총탄에 의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계기로 이뤄졌다. 당시 졸업생이 학교에 난입해 벌인 무차별 총격에 어린이 3명과 교직원 3명이 숨지면서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주 의회 특별회기에 ‘적기법’(Red Flag Laws)으로 불리는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안은 공화당 의원 반대에 표류 중이다. 적기법은 본인이나 타인에게 위협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으로부터 법원이 총기를 압수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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