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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만 해도 금 가격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고점과 비교하면 20% 넘게 하락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채권과 비교해도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흐름이 바뀐 건 11월부터다. 경기 침체 우려가 점차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간 금값을 짓누르던 달러 가치도 11월부터는 하향 추세다. 이에 맞춰 각국 중앙은행도 포트폴리오 다변화, 안전자산 확보 등을 위해 금을 사모으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87.7톤(t)이던 각국 중앙은행 금 매입량은 3분기 399.3t으로 늘었다. 덴마크계 삭소은행의 올레 한센은 “지난해 막대한 금을 매입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의도했던 탈달러화(달러 외 자산을 늘리는 것)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는 금 시장에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도 금값이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금 전문 펀드를 운용하는 AU·AG 펀드의 에릭 스트랜드 CEO는 올해 금값이 최소 20% 상승, 온스당 21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3년이 새로운 장기 상승장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아시아 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인 유어그 키너는 내년 금값 전망으로 온스당 최저 2500달러, 최고 4000달러를 제시했다.
이들은 내년 금값을 끌어올릴 동력으로 금리를 꼽는다. 지난해엔 고금리엔 금값이 하락했지만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어서다. 스트랜드는 “2023년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기조를 바꿔 비둘기파(저금리 등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성향)가 될 것”이라며 “이는 몇 년 동안 금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 신흥국 수요도 금값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