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중국과 이란 당국이 가상자산 채굴을 금지키로 하면서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가 새로운 글로벌 채굴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통화 약세와 정부 보조금 덕에 전기요금이 굉장히 낮은 탓에 가상자산 채굴업체들이 아르헨티나로 몰려들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익스플리카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등의 채굴을 엄격하게 통제하기로 한 뒤로 중국 내 채굴업체들이 다른 국가로 장비를 이전하는 가운데 아르헨티나도 이전 대상 국가로 선택받고 있다. 또 자국 내 전력 부족으로 한시적으로 채굴을 금지한 이란 정부 조치 이후 이런 이전 수요는 더 늘고 있다.
이는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달러대비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자국 내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산업이라도 키우려고 하는 정부가 가상자산 채굴에 대해서도 보조금 혜택을 제공함에 따라 낮아진 전기요금에 채굴 채산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자본 유출이 심하진 아르헨티나가 자국 통화인 페소로 200달러 이상을 환전할 수 없도록 자본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화폐 구매력을 보호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캐나다 채굴업체인 비트팜스는 아르헨티나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직접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 이를 이용해 최대 210메가와트에 이르는 전기를 생산해 비트코인 채굴시설을 돌리기로 했다. 한 해 5만5000대의 최첨단 채굴기가 투입돼 1만1774BTC의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남미 최대규모의 채굴사업장이다.
비트팜스는 이 채굴센터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을 0.022달러로 보고 있는데, 이는 미국 내 채굴사업자들이 부담하는 전기요금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제프리 머피 비트팜스 회장은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채굴과정에서 쓸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할 장소를 물색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도 낮으면서 경제활동이 둔화돼 전기도 충분히 사용되지 않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찾게 된 것”이라며 “여기에 채굴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우리와 아르헨티나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경우 연중 기후가 큰 변동이 없는 탓에 항상 낮은 온도로 유지해야 하는 채굴센터의 냉방 비용이 줄어드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