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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항체 형성' 모더나 백신, 전문가 판단은?

노희준 기자I 2020.05.19 13:13:38

면역원성 확인 고무적이나 판단 아직 일러
더 중요한 '중화항체' 형성 추가 결과 나와야
면역원성 지속성 여부와 독성 문제도 살펴야

(사진=AFPBB News)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고무적이기 하나 중화항체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아직 모른다.” 실험 참여자 ‘전원 항체’ 형성으로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을 선사하고 있는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Moderna)’의 임상 1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19일 이데일리가 감염내과 교수 등을 중심으로 전문가들에게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후보(mRNA-1273)물질의 임상 1상 결과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알려진 사실이 제한적이긴 하나 일단 모너나 백신 후보물질의 면역원성 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재갑 한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항체가 생겨서 면역원성은 생긴 것”이라며 “지금 결과 자체는 고무적이긴 하다”고 말했다. 항체란 바이러스나 이물질 등에 맞서 싸우는 ‘착한 단백질’을 말한다. 면역원성은 해당 후보물질이 면역을 발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면역원성이 확인된 것은 (백신 개발에서)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시각 18일 CNBC 등에 따르면 모더나는 이날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mRNA-1273)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참가자 45명 전원에서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시험 참가자 45명을 15명씩 3그룹으로 구분해 백신 후보 물질을 각각 25㎍(마이크로그램), 100㎍, 250㎍씩 약 28일의 간격을 두고 두차례에 걸쳐 투여했다.

모더나는 백신 후보물질을 두 번째 투여한 후 약 2주가 지난 뒤 25㎍ 그룹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또 100㎍ 그룹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을 능가하는 수준의 항체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원 항체 형성’보다 ‘중화항체’ 형성에 방점을 뒀다. 중화항체란 항체 중에서 실제로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이 안 되게 하는 항체를 말한다. 정기석 교수는 “백신을 만드는 목적은 중화항체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중화항체가 생기지 않으면 나머지 항체는 소용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모더나는 임상 결과 최소 8명(25㎍ 그룹 4명, 100㎍ 그룹 4명)의 시험 참가자에게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모너나 발표 자료를 직접 검토한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소 8명’ 중화항체 형성과 관련, “이번 임상 결과는 임상1상이 다 끝나서 최종 결과가 나온 게 아니라 중간 데이터가 나온 것”이라며 “급한대로 현재까지 8명에 대해 실시한 중화항체 검사 결과에서 중화항체가 다 형성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45명을 대상으로 전부 중화항체 검사를 실시한 게 아니라 8명을 대상으로 먼저 관심이 많은 중화항체 검사를 실시해 그 검사 결과만을 내놨다는 얘기다. 중화항체 검사는 일반 항체 검사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임상 1상의 주목표인 안전성 확인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의미가 있는 것은 최초의 임상 시험 결과 발표에서 백신 후보물질이 단기 부작용이 없어 안전했다는 점”이라며 “장기 부작용 여부는 아직 모르고 8명을 대상으로 8명에서 중화항체가 나온 것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 역시 “(모더나 후보물질은) “독성 문제가 더 중요하다. 급성 독성은 없는 것 같지만 독성은 금방 안 생기더라도 나중에 생길 수 있다”며 “약은 한 번 먹어 괜찮지만 2·3달 먹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체 면역원성의 지속성 문제도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모더나 백신 후보물질과 같은) 기존 mRNA 백신이나 DNA 백신은 대부분 항체 지속성 문제가 있었다”며 “면역원성이 얼마나 오래가느냐의 문제가 해결될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확인할 수 없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희망적인 얘기가 나온 것이지만 1상에서 이제 첫발을 뗐다고 보면 된다”며 “2,3상으로 이어지고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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