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이라더니…상품 골라 판매한 ‘랜덤박스’

김상윤 기자I 2017.08.17 12:00:07

전자상거래법상 최초 영업정지 내려
소비자 기만 상당, 피해보상 불가능해

워치보이 랜덤박스 팬매화면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저렴한 가격으로 고가의 다양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3개 랜덤박스 업체가 경쟁당국에 적발돼 3개월간 관련 상품 판매 영업정지를 받았다.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더블유비(워치보이), 우주그룹(우주마켓), 트랜드메카(타임메카) 등 3개 랜덤박스 통신판매업자에게 시정명령(공표 명령 포함)과 총 19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3개월간의 영업정지라는 고강도 제재를 내렸다.

랜덤박스는 시계 등 상품을 나열하고 이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해 랜덤박스에 넣어 배송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복권처럼 사행성이 가미된 상품이다. 2007년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도입된 랜덤박스는 현재 온라인분야에서도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더블유비, 우주그룹, 트렌드메카 등 3개업체는 시계 랜덤박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문제로 실제로 제공되지 않는 상품을 마치 랜덤박스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블유비는 총 41개의 브랜드시계가 랜덤박스 대상인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9개의 브랜드 시계만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여기에 무작위로 선택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재고유무 등에 따라 일부 브랜드를 자의적으로 선택해 소비자에게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주그룹 역시 68개 시계중 46개 시계만 공급했고, 트렌드메카는 71개중 9개의 브랜드 시계만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소비자의 불만족 이용후기를 누락하고 허위로 만족 이용후기를 조작해 게시하는 행태도 보였다. 우주그룹은 소비자 불만족 이용후기를 고의로 노출하지 않고 만족 이용후기만 볼 수 있도록 했고 트랜드메카의 경우 자사가 임의로 아이디를 생성해 소비자로 가장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아울러 이들 업체는 랜덤박스로 판매되는 시계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표시, 광고하거나 고지하지도 않았다.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도 없는 데다 향후 배송을 받은 이후 가품, 불량품 여부도 판단할 수 없도록 한 셈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가 상당하다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내렸다. 3개 사업자의 위반행위가 다수이고, 소비자 기만성이 크다는 점, 랜덤박스 등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향후 랜덤박스업체들이 유사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소비자 피해를 방지해야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전자상거래법상 가장 강한 제재인 영업정지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냐 영업정지를 놓고 고민을 했지만, 관련법에 따라 영업정지로 인해 소비자에 심한 불편을 줄 우려도 없다는 점도 반영했다.

신동열 공정위 전자거래과장은 “소비자를 기만하고 다수에게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전상법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내렸다”면서 “이번 조치로 랜덤박스 판매 업계 전반에 법 준수를 촉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랜덤박스는 복권처럼 사행성이 심한 영업형태이긴 하지만, 정부에서는 이와 관련 별도로 인허가를 하지 않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상 신고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큰 만큼 정부가 인허가를 내리고 제도권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신 과장은 “공정위 권한은 아니지만 복권 등은 관련 부처에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사행성이 너무 강하다고 한다면 규제를 할 수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다만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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