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업계 1등증권사였던 삼성증권(016360)은 작년 그룹 지배구조 개편 영향으로 매각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4조원 대열에 합류하면서 매각설을 불식시키고 초대형IB 대전을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초대형IB의 출발은 발행어음 판매를 통한 자금조달능력이다. 삼성증권의 최대 강점인 업계 최고수준의 고액자산가 고객 풀은 출발선 위치를 타사보다 유리하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원정(사진) 삼성증권 IB본부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관 고객 경쟁력은 대형 5개사가 비슷하지만 개인고객 경쟁력은 우리가 탁월하다”며 “개인과 기관고객 양쪽 모두 강하게 점유하고 있는 증권사가 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증권이 UBS를 벤치마크 하는 것도 자산관리의 강점을 IB 경쟁력으로 연결한 모델이라는 점 때문이다. 신 본부장은 “자본 운용측면에서는 골드만삭스를 꼽지만, 자산관리와 IB의 융합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UBS를 주목한다”고 밝혔다. UBS는 2010년부터 기업오너 등 리테일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IB와 협업을 이끌어냈고 그 결과 IB딜 장악력을 높이는 동시에 리테일 고객도 전사적 자원을 통한 종합서비스를 받으면서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본부장은 “삼성증권도 각 사업부문별 협업 현안을 조율하는 시너지협의체를 운영해 실행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 신규 수임한 기업공개(IPO) 가운데 자산관리와 연계 영업을 통한 딜이 35%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초대형IB의 초반 성패는 리스크관리와 분석능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초반에는 과도한 목표수익률 보다는 투자자에게 가는 리스크를 적정하게 배분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익만 생각하고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안 된다”며 “초기에는 철저하게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조달자금 가운데 절반은 기업금융으로 가져가고 부동산에는 30% 미만을 투자한다는 대원칙 아래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동성 자산 편출입 관리에 유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대형IB에 발행어음 업무를 허가하는 것은 중소·벤처 등 모험자본에 투자에 나서라는 취지인 만큼 관련 딜도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신 본부장은 “삼성증권은 다른 대형사와 달리 딜 집행(execution) 하는 조직과 마케팅(coverage)하는 조직을 분리하고 있고 마케팅 인력 가운데 70%는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 배치돼 있다”며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서 딜 소싱을 많이 하고 기존 은행위주의 금융시스템 혜택이 미치지 못했던 중견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등에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증권은 최대주주 삼성생맹이 올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이슈로 기관경고를 받아면서 신규업무(발행어음) 인가심사때 대주주적격성을 판단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라 최대주주가 최근 1년간 기관경고 또는 최근 3년간 시정명령·중지명령·업무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으면 새로운 업무 허가를 내줄 수 없다. 다만 같은 규정에 ‘제재 사실이 영위하고자 하는 업무의 건전한 영위를 어렵게 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최대주주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이슈가 자회사 삼성증권의 건전한 발행어음 업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해야하는 의미. 이와관련 신 본부장은 “삼성생명 자살보험금 이슈가 삼성증권 발행어음사업의 건전한 영위에 영향을 주지않으면 심사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행어음사업을 시작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