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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은 최근 급격한 수요 부진으로 조선사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있다. 일례로 과거 수천명의 조선업계 노동자들이 근무했던 장수성의 한 도시 이정시는 지금 버려진 항구 근처에 퍠쇄된 식당과 카페가 즐비해 있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화려한 경제 발전을 이뤘던 도시가 순식간에 황폐한 유령도시로 전락한 것이다. 이곳에서 지난 여름 해고된 한 노동자는 “이 도시의 조선산업이 이렇게까지 빨리 무너질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허탈해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수주 부진이 계속되던 가운데 대형 선박사고까지 더해져 수만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있는 탓이다. 남아 있는 조선소의 3분의 1 가량 역시 베이징의 거대한 중공업 회사들과 함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중국 정부는 경고했다.
조선업은 2000년대 초 중국의 산업의 상징이었다. 중국은 5개년 계획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업황 변화에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015년 중국 조선업에 대해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무게추를 옮기려 했지만 대내외 경기 부진에 직면하며 실패에 그치고 말았다. 그 결과 중국 조선업의 민간 부문은 사실상 전멸한 상태다.
로버트 윌밍턴 IHS 조선업 연구원은 “중국 조선업은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가령 과거 1억5000만달러의 가치가 있었던 벌크 캐리어는 현재 겨우 4500만달러 가치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형 선박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중국 조선소는 2013년부터 꾸준히 감소해 현재 약 절반인 70개 수준으로 크게 줄었고 수백곳의 중소 기업들이 파산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양대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과 중국해운(CSCL) 산하 조선소 11곳을 하나로 합치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왔다.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정책 덕분에 한때 수주량이 늘어나는 등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호황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선박공급 과잉 등으로 중국내 수주를 제외하면 사실상 수주 절벽 상태에 놓였고 자금난에 봉착한 중국 조선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줄줄이 파산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마저 확보한 수주 물량도 상당수가 ‘유령 잔량’이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최근 영국의 해운컨설팅업체 MSI는 “중국 조선업 수주잔량의 3분의 1이 허구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즉 중국 조선업계의 올해 인도 물량이 1700만CGT에 달하는데 이 중 상당수는 실제 인도가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 조선업계는 2000만CGT를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인도량은 절반인 1000만CGT에 그쳤다는 것이다. 계약이 허구였거나 조선업계 불황으로 인해 계약 취소를 공개하지 않아 허구 수주 잔량이 생겼다고 MSI는 추정했다.
그 결과 올들어 수주 실적이 역전됐다. 중국은 올 1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11만CGT(8척)으로 전년동기 30만CGT(25척)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1월 수주 점유율이 18.3%로 55.5%를 차지한 한국에 크게 뒤졌다. 중국 매체 왕이차이징은 “중국 조선업은 생산 과잉과 기술력 부족 등으로 업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출혈 경쟁 심화로 민영 기업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최근에는 국유기업 산하 업체간의 출혈 경쟁도 심각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