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건설사들의 집단 하향세에도 나 홀로 승승장구했던 현대건설(000720)이 예상치 못한 변수에 하루에만 5%가 넘게 하락했지만 증권사의 믿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현대건설 주가는 5.1% 내린 5만7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7일부터 사흘 연속 6.46% 올랐던 것이 하루에 무너진 셈이다.
현대건설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실적도, 수주도, 시황도 아니었다.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엠코의 합병이라는 예상치 못한 소식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현재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72.55%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할 경우 합병법인에 대한 지분율이 40%대 초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 비상장사의 합병이다 보니 미래 이익을 예측해 산정하는 수익가치 계산 방식에 따라 합병 비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지분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연결재무제표에서 제외될 수 있다. 수익성 악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현대엠코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것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합병비율을 정할 때 현대엠코가 유리한 방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차그룹 내에서 현대건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부문에, 현대엠코는 건축·토목·주택부문에 특화돼있는데 이 두 기업이 합병될 경우 현대건설과 사업분야가 겹친다. 현대차그룹 내 또 다른 ‘현대건설’이 생기는 셈이다. 이 경우 현대건설과 달리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분을 가진 현대엠코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이같은 불안에도 불구, 대부분 증권사는 이번 변수가 현대건설의 본질적인 경쟁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종효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지니어링과 엠코의 합병이 현대건설의 본질을 훼손하는 건 아니다”라며 “4분기 견조한 실적과 수주 성과 등으로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주가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합병법인이 현대건설의 연결 자회사로 포함돼 현대엠코의 실적까지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채상욱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지니어링-엠코 합병 이후 현대건설은 직계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외려 현대차그룹과의 관련성이 긴밀해진다”며 “현대건설과 합병법인이 추가 합병하려면 합병법인이 기업공개(IPO)를 해야 하는 점 또한 지분 가치를 높여 현대건설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