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관 글로벌경제부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작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후 인공지능(AI)은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소재에서 현실로 바뀌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AI 능력도 진화를 거듭해왔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선 미래 사회를 지배하는 AI인 ‘스카이넷’이 인류를 적으로 간주해 공격한다. 영화 개봉 당시만 해도 인간을 위협하는 AI의 등장은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스카이넷을 월등히 뛰어넘는 AI와 일상을 보내고 있다.
AI통제력·윤리·인간존엄 등 논의 활발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경제 평론가인 마틴 해리 울프는 최근 칼럼을 통해 “AI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아니면 거품인가”라며 AI의 거품 논란과 관련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마틴 울프는 시장이 AI가 가져올 수익을 예측할 수 없어 투기적 광풍에 휩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거품은 언젠간 터질 수밖에 없는데 주가는 폭락하고 많은 기존·신규 기업이 파산해 투자는 줄어들 것이라며 ‘디스토피아’ 적 전망을 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거품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단언했다. 19세기 철도 붐이나 1990년대 닷컴 버블 이후처럼 우리에게는 유용한 인프라가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이러한 관점은 ‘양날의 검’처럼 혼재돼 있다.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해 12년 전 미국 스탠퍼드대가 ‘AI에 대한 100년 연구 프로젝트’를 발족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초장기 프로젝트의 목표는 ‘AI에 대한 완벽한 통제’다. AI에 대해 끊임없이 ‘디스토피아적’ 화두를 던져 온 공상과학영화에 비해 인류·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가 소홀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AI의 개발이 인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경고를 뛰어넘어 인간이 AI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지 않기 위한 연구다. 교황 레오 14세도 AI 윤리와 인간 존엄을 주제로 한 회칙인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회칙은 자본주의와 노동·정의·평화의 관점에서 AI 개발과 활용의 윤리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일상 바꿀 이정표…‘판도라 상자’ 안되길
다시 돌아가 마틴 울프는 AI가 더 나은 의료 서비스, 과학 발전의 가속화, 생산성 향상, 대규모 교육, 기후 변화와 청정에너지 문제 해결의 속도 향상, 접근성과 포용성 증대, 공공 서비스 개선, 교통 시스템 개선과 안전한 작업 환경 조성, 창의성과 문화적 표현 증진,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인류 지식에 대한 접근성 향상 등을 긍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문제점 역시 언급했다. 인간의 통제력과 책임감 상실 치명적인 신무기(특히 병원균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간 무기), 대규모 실업, 대규모 감시와 권위주의적 통제, 더욱 심해지는 허위 정보와 조작, 사이버 보안에 대한 심각한 위협, 객관성으로 위장한 편견과 차별의 고착화, 인간의 자율성과 기술의 약화, 그리고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는 시스템에 따른 환경적 비용 등이다. ‘AI 까막눈’으로선 이러한 거대 담론의 함의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이정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AI 초심자로선 그저 AI가 판도라의 상자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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