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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고 차관을 향해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직접 언급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는) 카카오톡 사태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데도 사과도 없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재난 정부’가 됐다”며 “(카카오) 대표는 사퇴까지 했는데 세금 받는 정부가 국민을 혼란에 빠트려 놓고 제대로 된 사과도 없다. 정부가 민간 시스템엔 한없이 가혹한데 정부 시스템엔 한없이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 차관은 “‘춘풍추상(春風秋霜·남을 대할 때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는 의미)’의 자세로 저희에게도 엄격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원 서류를) 수기 발급한 사례 말고 불편과 피해가 발생했을 때 창구를 열어서 복구시켜 줄 노력을 했나”라며 “피해신고센터라도 만들어서 복구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일체의 노력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천 의원은 “일이 터진 다음에 주민들에게 사고가 발생했다고 문자라도 한 번 보냈느냐”며 “(문제를)축소·은폐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정부가 행정전산망과 관련한 업무를 모두 외주로 넘기면서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전산망 장애 관련 대응 매뉴얼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성만 무소속 의원은 “전산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업무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전산 문제를 모두 외주로 돌렸다”며 “행안부 내에 기술자를 키우고 이를 중심으로 관리해야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 대응하지 않겠나. 행안부 직원들이 사기업 직원들이 점검하는 뒷모습만 바라봐서 되겠나”라고 했다. 고 차관은 ‘위기 관리 표준 매뉴얼에 행정전산망 장애를 포함할 것이냐’는 이 의원 질의에 “그것까지도 충분히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안부는 디지털 장애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정식으로 없다”며 “정부 전산망 장애가 올해만 3번 발생했는데 이를 재난으로 분류하고 매뉴얼을 수립했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왜 재난 문자조차 발송하지 않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 차관은 “기술적인 매뉴얼은 갖추고 있지만 보완할 사항”이라며 “부족한 점이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당 의원들도 행안부 질타에 가세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진 디지털 정부라는 자부심이 조금 손상된 것은 사실이고, 체면을 많이 구긴 것은 맞다”며 “왜 국민들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관리에 대기업 참가를 제한해 기술력을 떨어뜨렸는지 두 가지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더욱이 회의 도중 ‘조달청 나라장터’ 전산망이 1시간 동안 마비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의원들의 비판 수위는 더 거세졌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조달청 전산망이 또 1시간 동안 마비됐다”며 “금방 복구됐으나 단순히 넘길 일은 아니다”라고,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또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데 누가 정부를, 지금의 디지털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라고 비판했다.
다만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004년부터 20년 가량 전자정부를 추진했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정부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이게 꼭 윤석열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누가 집권했을 때의 문제라기보다는 20년간 누적된 결과”라고 했다. 현 정권 책임론에 대해선 선 긋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고 차관은 이날 의원들의 잇따른 비판에 회의 내내 거듭 사과하며 “이번 장애로 불편을 겪은 많은 국민들에게 송구하다. 장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