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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10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2019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를 앞둔 같은 해 7월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A는 각종 국제 역도 경기 개최 사업을 하는 비영리법인 B사의 부회장이자 지인인 C에게서 대회 후원을 제의 받았다. 후원을 해 줄 경우 한국선수단 단장을 맡게 해 주겠다는 조건과 함께였다. A는 이 제안을 승낙했고 B사는 C에게서 추천 받은 A를 ‘한국선수단 단장’으로 내정했다.
이후 B사는 7월 25일 A에게 ‘국제대회 참가에 따른 지원금 반환 규정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 공문엔 “2019년 10월 북한, 평양에서 개최되는 국제역도경기에 한국선수단 단장으로 내정되신 A께서 본사에 지원금 3000만 원을 쾌척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이와 관련해 본사 사정으로 인해 A가 참가 불가될 경우 위 금액의 전액을 아래와 같이 환불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단 개인 사정으로 불참 시 환불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A는 공문을 받은 다음 날인 7월 26일 B사에 후원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송금했다.
이때부터 문제는 시작됐다. B사가 같은 해 8월과 9월 작성한 2019 국제역도선권대회 엔트리 명단엔 A가 ‘제21회 아시아 남·여 유소년 역도선수권대회 남자부 단장’으로 기재돼 있었다. 2019 국제역도선수권대회는 ‘제33회 아시아 남자 주니어 역도선수권대회’, ‘제26회 아시아 여자 주니어 역도선수권대회’, ‘제21회 아시아 남·여 유소년 역도선수권대회’의 총 3개 대회로 구성돼 있었고, A는 4명의 부문 단장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B사는 9월 25일 참가 인원(임원 22명, 선수 38명)을 확정해 D사에 사업 예산을 신청하는 취지의 역도 남·북 체육 교류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에 A는 10월 2일 B사 대표 E에게 한국선수단 전체 단장이 아니라 유소년 대회 남자부 단장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송금한 후원금의 반환을 요청하는 내용 증명을 보내고, 통일부가 10월 4일 역도선수권 대회 참가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북 교육에 불참하면서 정부의 방북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자 A는 B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 후원금 지급 약정이 ‘원고인 A가 한국선수단 전체의 단장으로서 이 사건 역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경우’를 해제 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 B사가 원고 A에 보낸 공문에 ‘원고가 지원금 또는 후원금을 쾌척했다’고 기재돼 있을 뿐 피고가 어떤 대가를 약속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는 점 △한국선수단 전체 단장은 사실상 정해져 있고, 원고와 같이 후원금을 낸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닌 점 △후원 약정 당시엔 엔트리 명단이 확정되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공문에 근거할 경우 원고가 주장하는 약정 해제 조건에 관한 의사가 명시적으로 외부에 표시돼 있지 않다는 점도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를 한국선수단 단장직(또는 전체 단장직)에 임명할 것을 이 사건 후원 약정의 권리·의무 내용으로 설정할 의사였다고 보이지 않는 바, 이 사건 후원 약정에 원고 주장과 같은 반대급부가 약속돼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원고의 ‘피고의 기망(정확한 세부 직책 미고지)에 의한 약정 취소 주장’에 대해선 “원고가 한국선수단 남자 유소년부 단장에 임명된 사실이나 한국선수단 단장이 여러 명인 사실은 이 사건 후원 약정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원고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피고에게 한국선수단 단장의 구성에 관한 고지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원고의 ‘(피고가 유발한) 동기의 착오에 의한 약정 취소 주장’에 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주장하는 동기(후원금 지급 시 한국선수단 전체 단장으로 대회 참가)를 이 사건 후원 약정의 내용으로 삼았다고 볼 수 없고, 설사 원고에게 동기의 착오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피고가 유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