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번 주는 뮤지컬 2편을 추천합니다. 대학로 창작뮤지컬들인데요. 한 편은 정말 웃긴 코미디 뮤지컬이고요, 또 다른 한 편은 이런 소재도 뮤지컬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기발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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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형을 잃고 모든 희망을 상실한 청년 해웅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폐가 쿠로이 저택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창작뮤지컬이 드문 것은 아닙니다.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웅’도 있고, 일제강점기 문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팬레터’도 있었죠. 그런데 이 작품, 코미디입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뮤지컬이라니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죠.
어색한 조합 같은데, 막상 공연을 보면 정말 웃깁니다. 특히 극 중에 등장하는 여러 귀신들의 캐릭터가 뚜렷해 이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음악도 굉장히 다채롭습니다. 팝, 브릿팝, 재즈, 보사노바,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넘버가 코믹하면서도 재치 있는 안무와 함께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냅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로에서 벗어나 뮤지컬을 자주 보지 않는 관객과도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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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익숙합니다. 맞습니다. 몇 년 전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밈’이 이 뮤지컬의 소재입니다. 이름을 입력하면 신이 나를 만들 때 무얼 넣었는지 보여주는 건데요. 지금도 ‘신이 나를 만들 때’를 검색하면 사이트가 나옵니다. 제 이름을 입력해보니 ‘일단 순수함을 한 스푼 넣고 귀찮음도 세 스푼… 똘기?? 뭔지 모르겠는데 한 번 넣어봐야지’라고 나오네요….
뮤지컬은 신의 실수로 로또가 당첨된 순간 요절한 청년 ‘악상’이 오기와 끈기로 디지털 천상계 ‘클라우드’에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예상대로 신은 ‘악상’을 만들 때 기침을 하는 바람에 수명을 제대로 넣지 못했죠. 이에 ‘악상’은 신에게 자신의 인생을 환불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막 나가는 상상력인데, 이런 상상력도 뮤지컬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초연인 만큼 작품적으로 조금 더 보완해야 할 부분도 필요해 보입니다. 독특한 소재답게 극 초반부는 굉장히 신선하고 흥미로운데, 극 후반부까지 이러한 참신함이 이어지지는 못하는 느낌도 없지 않거든요. 바꿔 말하면 그만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충분한 작품이라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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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들 작품에는 한 명의 창작자가 공통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에서는 작가와 협력연출을, ‘신이 나를 만들 때’에서는 연출을 맡은 작가 겸 연출가 표상아입니다. 표상아 연출은 최근 ‘신이 나를 만들 때’ 프레스콜에서 “대학로 창작뮤지컬이 어떻게 관객과 만나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며 “독특한 발상이 무대에서 구현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창작뮤지컬에서 이러한 변화와 시도가 더 많이, 더 활발히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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