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5조원대 기술 수출을 기록하며 한국 제약산업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한미약품(128940)에 대해 한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리포트를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현 주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의 가치가 시장 평가보다 낮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Sell)’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39만4000원을 제시했다. 현 주가(1일 종가 기준)가 76만4000원임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의 목표가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지난 26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해 이 기간동안 8.72% 내렸다.
한미약품은 지난 11월 사노피와 4조8282억원 규모의 당뇨신약 기술 수출계약을 맺고, 얀센·자이랩과도 연달아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 등 올해만 약 8조원에 육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1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목표가를 90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씨티그룹에서는 정 반대의 의견을 내놨다. 신약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과도해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김상수 씨티그룹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 달 주가가 69% 상승했지만, 현재 시가총액과 시장 전망치는 글로벌 기준 대비 공격적인 매출과 성공확률을 가정한 수준”이라며 “특히 한미약품의 R&D 파이프라인의 가치는 시장 전망치보다 67% 낮은 주당 28만원 수준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국내 일부 증권사에서도 이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 있는 분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장에서 한미약품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과도한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이 성사한 계약의 규모가 크고 사노피와 얀센 등 계약 상대방이 확실하긴 하지만 일단 받은 것은 계약금에 불과하고, 다음 임상이 성공해야 나머지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 시장은 한미약품의 성공 확률에 대해 과하게 평가하고 있고, 불확실한 매출액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