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금호산업(002990)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금호산업 매각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수의계약으로 전환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내달 5일 이후 채권단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28일 진행된 금호산업 본입찰 결과(유찰)에 대한 안건과 재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박삼구 회장과 개별입찰을 진행한다는 안건을 상정키로 했다.
재입찰을 진행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거물급인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호그룹을 사겠다고 선뜻 나서는 대기업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유일한 인수 후보였던 호반건설이 제안한 인수조건은 채권단이 수용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의 가격에서 채권단은 동의할 수도 있었다”며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금호산업의 우발부채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요구 등 채권단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요구해 유찰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전체 채권단회의에서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 전환을 결의할 경우 복수의 평가기관을 선정해 도출된 기업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협상을 진행한다.
문제는 박 회장과 금호산업에 대한 의결권의 60%를 보유하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가격에 대한 간극이 너무 커 결렬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등 금호산업의 대우건설을 인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던 이들은 금호그룹 워크아웃으로 발생한 손해를 만회하려면 최소한 원금은 회수할 수 있는 주당 6만원을 고집하는 반면 박 회장은 3300억원대 사재출연과 계열사 매각 등 자신의 희생도 컸던 만큼 주당 6만원은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도 금호산업 워크아웃으로 3조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채권단도 희생을 감수하고 매각을 진행하는 만큼 FI와 박 회장도 어느정도 내려놓고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