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코스피가 하락 마감했다. 그리스 총선서 급진좌파 정당이 압승을 거둔데다 국제유가 재하락, 기업실적 우려 등 대외 분위기가 크게 좋지 않은 영향이 컸다. 다만 각종 악재에 기관과 외국인 동반매도에도 불구, 코스피는 1930선을 지켜냈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1포인트(0.02%) 내린 1935.68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개장과 함께 1920선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이를 회복한 뒤 1930선 중반에서 거래를 마무리했다.
지난주 ECB의 1조1400억유로(1435조원) 유동성 투입 소식에 하루에만 15포인트 급등했던 코스피는 이후 미국 뉴욕증시가 기업 실적 우려로 크게 힘을 쓰지 못한 데다 국제유가 하락까지 이어지면서 이날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전날 그리스 조기총선에서 예상대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승리하면서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은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다. 다만 선거 후반으로 들어서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가 ‘그렉시트는 없다’고 밝힌 만큼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총선에서 야당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비해 그렉시트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그리스발 악재에 따른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시장에서 ECB 정책효과에 대한 과대평가를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난주 크게 살아났던 투자심리가 다시 위축됐다.
오히려 바닥을 확인했다는 의견이 확산됐던 국제유가의 재하락이 투심 악화를 부추겼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3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72센트, 1.6% 내린 45.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11일 이후 최저치다.
이에 정유, 화학업종이 또 다시 약세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096770)이 0.98% 하락했고, LG화학(051910)은 실적 발표를 앞둔데 따른 우려까지 겹치면서 4.1% 굴러 떨어졌다.
특히 실적 부진 기업의 주가 약세 흐름이 두드러졌다. 현대차(005380)는 2.08% 하락하면서 4거래일 약세 행진은 이어가고 있고, 기아차(000270) 역시 지난주 부진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내놓은 영향으로 5.69%(2800원) 빠진 4만6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에 부담을 줬다. 외국인은 1017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기관도 연기금(422억원)을 중심으로 912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만이 홀로 730억원을 순매수했다.
프로그램은 차익과 비차익거래를 합해 총 1232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지수는 하락하고 있지만 업종별로는 상승 업종 수가 더 많았다. SK텔레콤(017670)이 4배 빠른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인 ‘3밴드 LTE-A’ 개시에 대한 기대감에 2.29% 상승한 영향으로 통신업이 1.03% 뛰었으며, 건설업(0.97%), 비금속광물(0.7%), 보험(0.67%), 의료정밀(0.63$), 금융업(0.62%) 등도 올랐다.
하락 업종은 철강및금속(1.98%), 운수장비(1.67%), 전기가스업(1.02%), 화학(0.46%), 제조업(0.37%), 섬유의복(0.29%) 등이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엇갈렸다. 한국전력(015760), NAVER(035420), 포스코(POSCO(005490)), 삼성SDS(018260), 제일모직(028260), KT&G(033780) 등은 약세를 보였다.
반면 SK하이닉스(000660), 신한지주(055550), 아모레퍼시픽(090430), KB금융(105560), 삼성화재(000810), LG디스플레이(034220), SK C&C(034730) 등은 올랐다. 특히 SK텔레콤은 외국인 매수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29만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거래량은 3억2712만주, 거래대금은 3조9002억7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상한가 11개 종목을 포함해 406개 종목이 올랐다. 66개 종목은 보합에 머물렀다. 하한가 종목은 1개였으며, 405개 종목이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