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게임의 룰' 바꿔야 산다

이재호 기자I 2014.03.20 16:30:32

성장세 둔화·차이나 리스크 등 위기 고조…시장재편 나서야
커브드·웨어러블 등 신시장 개척, 콘텐츠 경쟁력 강화 필요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삼성과 LG로 대표되는 국내 전자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거침없는 질주로 글로벌 1위에 올랐지만 최근 들어 위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체된 TV 시장을 부활시키기 위해 커브드 UHD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뚫고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경우도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을 넘지 못하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에 밀리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전자산업의 기반이 되는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는 독주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결국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뒤흔들어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 커브드 UHD TV 먹힐까?…관건은 ‘가격’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는 최근 중국 UHD TV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에서 UHD TV 수요가 가장 많은 중국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전 세계 UHD TV 판매량을 1242만대 수준으로 제시하고, 이 가운데 900만대 이상이 중국에서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정윤성 디스플레이서치 코리아 대표는 20일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서울호텔에서 열린 ‘17회 디스플레이서치 코리아 평판디스플레이(FPD)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삼성과 LG가 올해 UHD TV 판매량 중 40% 정도를 중국에서 팔고자 한다”며 “특히 LED TV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TV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로 커브드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UHD TV의 기술력에 대해 둔감한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가격을 현지 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경선 디스플레이서치 코리아 부장은 “국내 업체들이 커브드 UHD로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든 것은 맞다”면서도 “수요가 가장 많은 40인치대 제품을 내놓고 가격도 브랜드 프리미엄을 감안해 중국 업체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낮춰야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 위기의 스마트폰, 중저가·사업영역 확대 시급

국내 스마트폰 산업은 애플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삼성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스마트폰 평균 단가는 605달러인 데 반해 삼성은 289달러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많이 팔지만 마진은 덜 남는 수익구조인 셈이다.

중저가 시장에서는 레노버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위세에 눌리고 있다.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해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강연자로 나선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서장은 “연내 아이폰6가 출시되면 애플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며 “애플과의 경쟁에만 집중하지 말고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 강화와 부품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 부서장은 “기존 하드웨어 시장은 정체 국면이지만 IT 콘텐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자동차와 연계된 운영체제(OS)나 앱스토어, 게임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패널 양강 체제 ‘흔들’…기술 경쟁력 유지해야

전자산업의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의 우위도 흔들리고 있다. 올해 LG디스플레이(034220)의 시장 점유율은 25%, 삼성디스플레이는 23%로 두 회사를 합쳐 점유율이 50%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경쟁사보다 앞서 있지만 60~70%를 차지하던 때의 위상은 아니다.

정 대표는 “태블릿을 제외하면 모바일과 PC, 모니터, TV 등 대부분 품목에서 점유율 50%가 무너졌다”며 “중국 내 패널 생산량이 크게 늘어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는 패널 크기의 대형화·다양화를 시도하며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중국 내 8개의 8세대 공장이 본격 가동하고 정부의 지원이 이어진다면 위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

정 대표는 “웨어러블 기기는 올해만 2000만대 이상이 팔리는 등 성장세가 빠르다”며 “플라스틱 OLED 등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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