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검찰이 국세청의 고발을 받아 효성(004800)그룹의 수천억원대 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금융감독원과 관세청도 효성그룹에 사정 칼날을 겨누고 있다.
금감원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일가의 계열사 차명대출을 적발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세청은 오는 7일부터 효성그룹 자회사를 대상으로 외환거래 검사를 시작한다.
4일 금감원에 따르면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가 계열 금융사인 효성캐피탈에서 회사 임원들의 명의로 수십억원을 차명 대출한 사실이 금감원에 의해 적발됐다.
금감원은 조 회장 일가가 (주)효성의 고모 상무와 최모 상무를 포함한 여러 임원의 이름으로 지난해 말 현재 40여억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고, 조사 과정에서 임원들이 받은 대출금이 효성일가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것도 포착했다.
금감원은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의 명의를 본인 몰래 사용해 50억원을 효성캐피탈에서 대출받았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측은 효성 총수 일가가 본인 모르게 돈을 빌린 이른바 ‘도명대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효성그룹은 “조 전 부사장과 임원들에 대한 효성캐피탈의 대출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조 전 부사장은 대출 사실을 보고받았고, 임원들의 대출도 차명대출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총수 일가와 임원에 관련된 대출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를 조사하고, 횡령이나 비자금 조성 등 불법이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관세청도 국세청의 검찰 고발과 별도로 효성그룹에 대한 외환거래 검사를 진행한다.
관세청 외환조사과는 7일부터 열흘 간 효성그룹의 모 자회사를 대상으로 외환거래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관세청은 “이번 외환거래검사는 불법 외환거래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 아니라 점검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검사과정에서 불법이 적발되면 곧바로 불법외환거래조사로 전환되고 조사대상과 기간도 확대될 수 있다. 효성그룹은 지난 5월 뉴스타파를 통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통상적인 검사차원이라고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관세청이 동시에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효성 그룹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달 30일 조 장과 이상운 부회장, (주)효성 등을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은 이 고발 건을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최근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횡령·탈세 혐의를 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