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종일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우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다.
해리스는 연설 처음부터 끝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를 통해 자신을 부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선 자기 가족과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서두에서 던지며 자신의 중산층 배경을 부각했다.
그는 “엄마가 우리를 거의 키웠고, 집을 살 여력이 될 때까지 이스트베이에 작은 아파트에 세를 들었다”면서 “소방관, 간호사, 건설 노동자들이 있는 아름다운 노동자 계급 동네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엄마는 정해진 생활비를 넘기지 않았고, 우리는 버는 만큼만 쓰며 살았다”고 했다. 저축 여력이 없이 월급 대부분을 소비에 쓰는 생활이 이어졌던 것이다. 해리스는 그러면서 “미국의 성공에 있어 강력한 중산층은 언제나 매우 중요했다”며 “중산층 강화가 내 대통령직을 정의하는 목표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의 목소리는 가끔 떨릴 정도로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해리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억만장자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럼프는 사실 중산층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 대신 그는 자기 자신과 그의 억만장자 친구들을 위해 싸운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는 여러 면에서 진지하지 않은 남자(unserious man)며 도널드 트럼프를 다시 백악관으로 보내게 되면 그 결과는 너무나도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은 과거로의 회귀라면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we‘re not going back)”를 반복했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재차 강조했던 구호다.
그의 목소리는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고조됐다. 검사 출신답게 그는 조목조목 트럼프가 재선시 문제점을 하나둘씩 꼬집었다.
해리스는 “가드레일 없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의 거대한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지 상상해 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국민 삶을 개선하고 국가안보를 강화하는데 권력을 쓰지 않고, “유일한 고객”인 자신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에 대해 퇴임 후에도 형사상 면책 특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한다면 권력을 마구 남용할 것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해리스는 이어 트럼프 1기 인사들이 모인 헤리티지 재단 주도의 정책 제언집 ‘프로젝트 2025’ 내용을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사회보장제도와 공적 의료보험 혜택을 줄이려 할 것이며, 교육부를 폐지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 핵심 쟁점이 될 낙태권리를 부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6대3의 확고한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 대법원이 연방 차원에서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2022년 폐기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트럼프는 생식의 자유(여성이 출산과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기 위해 연방 대법원 구성원을 손수 뽑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의 약점으로 비판하고 있는 불법이민 통제도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고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해리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 미칠 유불리를 계산해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한 불법입국 통제 강화 법안을 거부할 것을 의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외교를 추진하고, 방위비 지출을 문제 삼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위협한 것 등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해리스는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트럼프)가 아첨과 호의로 조종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트럼프가 독재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왜냐하면 트럼프 자신이 독재자가 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
해리스 부통령은 가장 논쟁적이고 분열적 이슈 중 하나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언급도 했다.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팔레스타인의 인권 침해 문제도 동시에 거론하는 방식을 택했다.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이스라엘이 안전해지고 인질들이 석방되고 가자지구의 고통이 끝나도록 하겠다”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존엄성, 안전, 자유,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10년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일은 참혹하다”며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절망적이고 굶주린 사람들이 안전을 위해 계속해서 도망치고 있다. 고통의 규모는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과거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가자의 주민들의 고통에 공감을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보다 가자 인도적 위기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이며 이스라엘에 더 직접적으로 책임을 강조해왔다. 이날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언급하면서도 가자 주민들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11월 대선까지 남은 기간 그가 보여줄 섬세한 균형을 강조했다고 WP는 전했다.
|
해리스 부통령은 특히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끊임없이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면서 미국에 해를 끼치고 있음을 부각시킨 것이다. 해리스는 “나는 우리를 하나로 통합하고 경청하고 이끄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상식적인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다. 법정에서부터 백악관까지 이것은 내 인생의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나라는 과거의 쓰라림과 냉소, 분열의 싸움을 넘어설 수 있는 소중하고 찰나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어느 한 정당이나 정파의 구성원이 아니라 미국인으로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