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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2023년 회계연도가 시작한 지난 4월부터 이달 21일까지 외국 기업들이 발행한 사무라이 본드 규모는 1조4420억엔(약 13조1000억원)으로 최근 5년 내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0일 올해 2분기 외국 기업들이 발행한 사무라이 본드가 8518억 엔(약 7조74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는데 블룸버그 추산은 이보다도 더 많은 수준이다.
7월은 사무라이 본드 시장에서는 캐나다의 토론토-도미니언 은행, 한국투자증권, 프랑스 투자은행(IB)BPCE 가 2019년 이후 최대 규모의 기관 발행을 성사시킨 시기였다. BPCE가 발행한 엔화표시채권은 1977억엔(약 1조8000억원)으로 단일 통화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버크셔해서웨이는 4월 총 1644억엔(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했고, 페이팔도 6월에 처음 엔화표시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한국 기업 중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3일 일본 현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2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대한항공도 지난 6월 한국수출입은행 보증으로 200억엔 규모의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사무라이 본드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초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며 양호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그동안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통화 긴축의 신호를 지속 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물론 한국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비슷한 분위기다.
반면 일본중앙은행(BOJ)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면서 일본 자산의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0.10%로 최근 급격한 인상을 단행한 다른 중앙은행들과 대조를 이룬다.
기준금리가 낮으면 해당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 금리 또한 낮기 때문에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엔화 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1.2%로 2012년 이후 같은 기간 가장 높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노리아키 노무라 자본시장 부문 책임자는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해외 채권 시장 발행 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일본 경제 상황도 좋다. 일본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은 0.7%로 한국(0.3%)을 웃돌았고 일본 증시에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니케이225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최근 엔화 가치가 오르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BOJ 상한에 육박하며 엔화 자산 변동성이 커졌지만 앞으로도 해외 기업들의 사무라이 본드 발행은 계속될 것으로 봤다.
한편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최근 사무라이 본드 발행 후 일본의 트레이딩 하우스 보유 지분을 늘렸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일본 증시가 3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일본 자산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은 버핏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