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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디즈니는 이날 밥 채펙 현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하면서 그 후임으로 아이거를 CEO로 다시 선임했다. 지난 2020년 2월에 채펙에게 CEO 직을 넘겨줬던 아이거는, 불과 2년 9개월 만에 다시 CEO로 복귀하게 됐다. 작년 12월 말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걸 감안하면 11개월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셈이다.
아이거 차기 CEO는 향후 2년 간 CEO로 일하기로 계약했다고 디즈니 측은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아이거 CEO는) 회사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전략적 방향으로 수립하고 임기가 끝날 때 회사를 이끌 후임자를 발굴하는 일까지 이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거 신임 CEO는 2005년에 디즈니 CEO에 오른 뒤 2020년까지 재직했고, CEO에서 물러난 뒤에는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가 2021년 수전 아널드 현 의장에게 자리를 넘기고 퇴임한 바 있다.
전임 채펙 CEO는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널드 의장은 “채펙 전 CEO는 팬데믹이라는 유례 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회사를 잘 이끌어 왔고 오랜 기간 동안 디즈니에서 봉사해 준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아이거 CEO 취임 후에도 아널드 의장은 유임된다.
채펙 전 CEO는 디즈니+ 비용 증가로 회사 실적이 악화하자 대대적인 비용 절감 계획을 밝혔고, 이날 곧바로 퇴사를 결정했다. 이달 초에 나온 3분기 실적도 월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쳤고, 그나마 매출이 급증한 테마파크 사업도 전망에 못 미쳤다. 디즈니 주가는 올 들어 지금까지만 41% 정도 추락했고, 지난 9일 52주 신저가를 찍기도 했다.
이제 다시 회사 재건 임무를 맡게 된 아이거는 회사 내에서 두루 존경 받고 사랑 받는 인물이다.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거는 지방 방송국의 기상 예보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ABC 방송에 합류해 최고위직까지 올랐다. 그는 ABC가 1996년 디즈니에 인수된 뒤에도 실력을 인정 받아 CEO에 올랐다.
CEO로 재임하던 시기엔 ‘토이 스토리’를 비롯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픽사와 마블, 루카스 필름, 21세기 폭스 엔터테인먼트부문을 잇달아 인수했는데, 이는 현재 디즈니의 방대한 지식재산권이 되고 있다. 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디즈니+)의 출범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