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 온혜선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대우건설 매각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박삼구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과 관련해 대우건설(047040) 임직원들은 이번 퇴진에 대해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매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박삼구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후임에 박찬법 부회장이 추대됨에 따라 박삼구 회장이 맡고 있던 대우건설 대표이사직도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현재 박삼구 회장은 서종욱 사장과 공동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고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대우건설 내부에선 박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퇴하면, 서 사장 단독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경영 일선 퇴진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 내부나 매각 작업 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선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어차피 회사 매각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주도하고 있는 게 아니냐"라며 "그룹 경영체제가 바뀌어도 재 매각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전권을 쥐고 다양한 매각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박삼구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남으로써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일반 사모펀드 또는 해외 펀드에 대우건설 인수를 허용하거나 분리매각 등 다양한 매각 방안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국내에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LG그룹, 포스코, 롯데그룹 등은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관심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건설을 연내 팔아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선 해외펀드나 국내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투기자본에 노출돼 대우건설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사업부문별 분리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의 덩치가 워낙 커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분리 매각을 추진한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업계에선 대우건설 토목이나 플랜트 부문이 분리돼 매각될 경우 건설부문을 키우기 위해 인수하려는 건설사나 기업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그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완강하게 부인해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직원들의 미래를 위해 투기자본에 매각하거나 쪼개 파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표면적으로 분리매각은 큰 효과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 전체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 역시도 고려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채권단이 해외펀드, 분리 매각등 다양한 매각 카드를 꺼낼 경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박삼구 회장이 견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재매각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너 일가가 경영권 분쟁을 자초한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대우건설 책임공방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으며, 금호측은 더욱 난처한 입장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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