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좌동욱기자] 일본경기가 90년대 이후 최대호황을 맞고 있지만, 엔화가치는 연말까지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7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일본의 단칸(단기경기관측)지수가 발표된 지난 1일 직전이 엔화 가치의 고점이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의 엔 약세는 일본경제의 회복 전망이 외환시장의 중요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 가치는 단칸지수 호전에 대한 기대로 발표 전에는 오름세를 보였으나 실제 지수가 예상보다 더 좋은 내용으로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단칸지수가 발표된 이후 꺾이기 시작했다. (표참조)
*최근 3개월간 달러/엔 환율 추이
일본의 경기지표와 환율이 따로 움직이는 가운데 정치변수에 대한 민감도는 높아졌다. 외환시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현 총리의 낮은 지지율을 정치의 불안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몇몇 여론조사을 통해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목표 의석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환율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예상치를 웃돈 단칸지수가 발표될 당시 금융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지난 3월 기록한 최저치인 103.40엔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단칸지수 발표 후 환율은 108엔을 잠깐 하향 돌파했을 뿐 곧바로 반등세로 돌아섰다. 전일 뉴욕 외환시장에선 109.30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오리 미노루 미쓰시비증권의 수석 트레이딩 매니저는 "단칸지수가 그토록 호조를 보였는데도 엔 가치가 높아지지 못한다면 어떤 요인이 엔 강세를 이끌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투기적 수요에 의한 엔랠리는 끝났다"고 말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이달 말엔 111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말까지 120엔대에 도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관이 대표적인 인물. 그는 연말까지 달러/엔 환율이 120엔 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며 “현재 환율이 전환점을 돌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카키바라는 정치불안과 함께 막대한 정부부채도 환율상승의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향후 미국, 중국 등이 금리를 올릴 경우 정부빚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다.
이 같은 전망은 `일본 경기회복 가시화 → 엔 강세`라는 지금까지의 인식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단칸지수 발표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4년래 최저치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간의 달러 약세 전망은 미군의 이라크 주둔비용과 엄청난 규모의 미국 쌍둥이적자(재정과 무역적자)로 달러에 대한 매력이 줄어든다는 점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주 고용지표 악화 이후의 환율 움직임은 달러의 지지기반이 예상됐던 것 보다는 견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옵션시장에서도 달러/엔 환율의 하락을 예상하는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환율의 급락이 예상될 때 나타나는 단기 포지션이 크게 줄었다.
일본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의 오가사와라 사토루 전략가는 달러/엔 환율이 향후 12개월간 117엔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달러가 엔에 대해 105엔 밑으로 떨어질 때를 달러매수 타이밍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