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명품 쇼핑백 대신 도록 든 외국인”…그림속으로 떠나는 ‘K아트 투어’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오희나 기자I 2026.08.28 08:34:14
ai번역
  • 영어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새 관광 콘텐츠로 떠오른 '청담 아트투어'
명품거리 청담 일대 관광 갤러리로 변신
중국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 발길 줄이어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명품 매장이 즐비한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와 청담동 일대, 외국인 관광객들이 골목 안쪽 갤러리까지 발길을 넓히면서 ‘아트 투어’가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갤러리 공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최첨단 유행을 이끄는 청담 거리, 빨간 벽돌로 쌓아올려진 골목가 주택, 그 속의 사람들까지 어우러져 하나의 관광 여정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동기 작가의 '국수 먹는 아토마우스'
이동기 작가의 '국수 먹는 아토마우스'
최근 찾은 청담 일대 갤러리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갤러리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고, 작품 구매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예전엔 하루 방문객이 10명 정도에 그쳤는데 최근엔 30명 정도가 찾아온다”면서 “얼마전 일본 잡지에 갤러리가 소개됐는데 이후 일본인 관광객의 방문이 많아졌다. 인근 에르메스 등 명품 매장을 찾았다가 갤러리까지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청담 아트 투어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도산대로를 중심으로 갤러리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어 일부 갤러리들은 도보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한 블록 안에서 4~5곳 정도를 걸어서 둘러볼 수 있고, 인근 갤러리도 도보로 10~15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아트 투어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갤러리 대부분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마음에 드는 전시가 있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면 된다. 작품을 보고 다시 골목으로 나와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청담 아트 투어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동기 작가의 버블시리즈
이동기 작가의 버블시리즈
‘갤러리나우’에서는 한국 팝아트의 선구자로 꼽히는 이동기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대표작인 ‘국수 먹는 아토마우스’, ‘버블’ 시리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대표 캐릭터 ‘아토마우스’(Atomouse)는 서구 대중문화의 상징인 미키마우스과 동양적 이미지인 아톰을 결합한 캐릭터다. 익숙한 캐릭터를 통해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도 비교적 쉽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는 전시다.

‘버블’ 시리즈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이미지에 ‘균형’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어느 한쪽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버블이 터지는 것처럼,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등 상반된 요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물결처럼 이어지는 선과 색으로 파동을 시각화한 김영헌 작가
물결처럼 이어지는 선과 색으로 파동을 시각화한 김영헌 작가
‘갤러리JJ’에선 김영헌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수 있다. 전시회 주제인 ‘프록시마(Proxima)’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물결처럼 이어지는 선과 색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이를 ‘파동’과 연결한다. 물결뿐 아니라 소리와 빛도 파동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신호와 진동을 시각적인 언어로 옮긴다는 것이다.

작품을 보는 재미는 ‘한 획’에 있다. 작가는 전통적인 혁필기법에서 착안해 가죽붓으로 여러 색의 물감을 묻혀 화폭에 담아냈다. 붓이 지나가는 순간 손의 떨림과 속도, 물감의 두께가 고스란히 화폭에 남는다.

김영헌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0과 1 사이에서 사라지는 작은 신호와 노이즈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빛과 소리, 음악처럼 보이지 않는 파동을 선과 색으로 시각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붓이 한 번만 지나갔어도 그안에 굉장히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다”면서 “한 번의 붓질에 색과 물감의 두께, 손의 미세한 떨림까지 생생하게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상원 작가의 '바다 시리즈'
이상원 작가의 '바다 시리즈'
‘한솥갤러리’에서는 이상원 작가의 ‘바다 시리즈’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휴양지 바다를 배경으로 알록달록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물 위에 떠 있거나 수영하는 순간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특히 일반적인 평면 회화와 달리 물감을 두껍게 쌓아 올리는 입체 유화 방식이 인상적이다.

물감의 두께가 만들어내는 질감 때문에 그림 속 물결과 윤슬이 실제로 반짝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멀리서 봤을 때는 평온한 휴양지 풍경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붓질과 물감의 두께가 만들어내는 물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는 재미를 더한다.

청담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유진갤러리’는 주택을 개조해 만들어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오래된 공간의 특성을 살려 마치 작가들의 작업실을 옮겨놓은 듯한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이안리 작가의 테이블과 드로잉, 정수경 작가가 유리 작업 과정에서 사용하는 석고틀, 경현수 작가의 아트 토이 등을 작품과 함께 배치해 완성된 결과물뿐 아니라 작업 과정까지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작품만 덩그러니 놓인 전시장보다 작가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지 엿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송은갤러리 '언박싱프로젝트:생성적 형상들'
송은갤러리 '언박싱프로젝트:생성적 형상들'
‘송은갤러리’에서는 송은미술대상 25주년 기념 특별전 ‘언박싱프로젝트:생성적 형상들’이 이어진다. 작가들에게 동일한 크기의 재료를 제공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하게 하는 프로젝트다. 작가들에게 25×25㎝ 크기의 판 4장이 제공됐으며, 작가들은 평소 작업보다 작은 규모의 작품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풀어냈다.

같은 크기와 재료에서 출발했지만 결과물은 제각각이다. 한정된 규격 안에서 작가마다 다른 해석이 나왔다는 점이 관람 포인트다. 내달 12일까지 매일 오후 4시께 진행되는 다원예술 프로젝트 ‘미노타우루스(Minotaurus)’도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송은갤러리 '언박싱프로젝트:생성적 형상들'
송은갤러리 '언박싱프로젝트:생성적 형상들'
평소 직장 등 때문에 낮 시간에 갤러리를 찾기 어려웠다면 ‘청담나잇’을 눈여겨 볼 만하다. 내달 2일엔 청담 일대가 거대한 갤러리로 변신한다. 좀더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밤 10시까지 관람 시간을 연장하고 갤러리별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작품 감상뿐만 아니라 도슨트 프로그램, 음료·아이스크림 등 소소한 이벤트가 더해져 연인, 자녀와 함께 둘러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생생한 음악과 청담 도심의 밤거리 풍경은 덤이다.

청담 아트 투어는 지역적 특성을 활용해 개별 갤러리 관람을 하나의 관광 코스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인근 명품 매장을 둘러본 뒤 갤러리를 찾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수 있었다. K팝과 K드라마를 넘어 K아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청담이 쇼핑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관광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로렌시나 화란트리 송은 관장은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출장이나 여행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한국은 상시적으로 500여개 미술 전시가 동시에 열리는데 전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수준이다. 이번 청담 갤러리 투어를 통해 K아트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TheBeLT

- '에이팜 쇼' '일러스타페스' 등…이주의 주목해야 할 행사들 - 사천까지 하늘길 한시간… 땅밑 풍경보는 재미에 푹[여행] - '여름전어', 살아있네… 사천 삼천포항 자연산 전어축제[여행]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