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연초인 1월 2일과 지난 2일 모두 PBR 비교가 가능한 코스피 상장사 800곳 가운데 이 기간 주가가 오른 종목은 359곳에 그쳤다. 반면 주가가 내린 종목은 430곳으로 상승 종목보다 많았고, 보합은 11곳이었다. 비교 가능 종목의 중간값 수익률도 -3.07%를 기록했다. 지수는 뛰었지만 개별 종목 단위로 보면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크게 달랐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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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온도 차도 뚜렷했다. 지난 2일 기준 전기·전자 업종의 PBR 1배 미만 비중은 23.19%에 그쳤지만, 종이·목재와 부동산, 기타제조 업종은 전 종목이 PBR 1배를 밑돌았다. 비금속은 95.24%, 섬유·의류는 92.86%, 전기·가스는 90.00%가 PBR 1배 미만이었다. 증시 주도 업종과 전통 제조·내수 업종 사이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컸다는 의미다.
주가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1월 2일과 6월 2일 모두 비교 가능한 종목 기준 전기·전자 업종의 중간값 수익률은 47.01%에 달했다. 증권도 20.78%, 보험은 13.88%를 기록했다. 반면 오락·문화(-24.40%), 종이·목재(-17.12%), 제약(-16.55%), 비금속(-12.94%), 음식료·담배(-10.66%) 등은 중간값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저PBR 비중이 높은 업종 상당수가 랠리에서 소외된 셈이다.
결국 저PBR 해소가 더딘 배경엔 압축 장세가 자리 잡고 있다. 코스피 상승률만 보면 시장 전체가 재평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도체·AI 관련 대형주와 일부 금융주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기업은 실적 개선 기대나 주주환원 확대, 자본 효율성 제고 같은 구체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재평가를 끌어내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저PBR 대책도 기업의 가치 제고 노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음 달부터 일정 기간 동일 업종 내 PBR 하위권에 머무는 기업 명단을 한국거래소 밸류업 홈페이지에 공표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다. 저평가 상태를 방치한 기업을 시장에 드러내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는 이른바 ‘네이밍 앤드 셰이밍’ 방식이다.
자산가치 공시 강화도 변수다. 상당수 기업은 보유 부동산이나 유형자산을 취득원가로 장부에 반영하고 있어 실제 시세와 장부가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공시 강화로 토지 등 주요 자산의 장부가치와 공정가치 차이가 재무제표 주석에 드러나면, 그동안 장부에 가려졌던 자산가치가 시장의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인수합병(M&A) 제도 개선 역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방치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수 제안이나 공개매수 과정에서 이사회가 전체 주주 이익과 가격 공정성을 검토·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합병·포괄적 주식교환 과정에서도 공정가액 산정과 외부평가가 강화되면 낮은 주가를 활용한 거래는 이전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정책 변화가 본격화하면 저PBR 기업에 대한 시장의 접근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낮은 PBR이 단순한 저평가 신호로 받아들여졌다면, 앞으로는 기업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내놓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 자산 재평가,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구체적인 행동이 뒤따르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주가 차별화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토지·건물·유형자산 등 실물자산을 많이 보유한 자산주는 정책 변화의 수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보유 자산의 현재 가치가 장부가보다 높아졌다면, 표면상 PBR보다 실질적인 저평가 폭이 더 클 수 있어서다. 다만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유 자산의 질과 유동화 가능성, 부채비율, 현금흐름, 업황 부진 여부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실물자산을 보유한 자산주의 매력이 부각된다”며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국내 증시와 경기 둔화 우려를 고려하면 변동성이 낮고 하방이 견고한 자산주에 눈을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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