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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 실루엣 드레스·고름을 본 딴 리본 등
런웨이 첫 주자로 나선 모델 최소라는 도포(예복으로 입던 남자 겉옷)를 연상시키는 긴 외투를 착용했다. 이 외에 한복 치마의 풍성한 느낌이 드러나는 A-라인 드레스, 한복의 고름에서 착안한 실크 밴드가 붙은 의상들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 한강의 윈드서퍼와 제트 스키어들이 입는 스쿠버 다이빙용 웨트슈트 등 서울의 일상에서 영감을 받은 스포츠 웨어도 다수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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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에 앞서 구찌가 보낸 초대장도 화제가 됐다. 국내 아티스트 ‘람한’과의 협업해 제작된 초대장은 경복궁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화려하면서도 정제된 톤으로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경복궁의 단청에서 영감을 받은 실크 보자기와 전통 매듭 장신구 노리개 등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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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는 경복궁 패션쇼를 열기 위해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경복궁 근정전은 국내 최대 목조 건축물 중 하나로 조선시대 국가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것으로 국보 223호로 지정돼 있다.
구찌 이번 쇼에서 근정전 중앙 바닥에 사전에 프로그래밍 된 5000여개의 픽스몹(마이크로 조명)이 설치했다. 이 조명은 무발열 조명으로 신용카드 한 장의 무게로 박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철저히 대비한 게 엿보이는 부분이다. 구찌는 지난해 문화재청과 향후 3년 동안 경복궁의 보존 관리와 활용을 위한 후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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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찌, 명품 브랜드 격전지 韓 시장 선점 나서
구찌가 아시아 최초의 패션쇼 장소로 한국을 택한 것은 럭셔리 브랜드의 격전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게 명품 업계 시각이다. K콘텐츠 등 한국의 높아진 대중 문화적 위상을 활용하기 위해 서울을 패션쇼 개최지로 낙점한 셈이다.
앞서 구찌는 전 세계인에게 영감을 주는 도시에서 크루즈 패션쇼를 진행해왔다. 이탈리아 피렌체 피티 궁 팔라틴 갤러리(2018), 프랑스 아를 프롬나드 데 알리스캉(2019), 이탈리아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2020),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거리(2021), 이탈리아 카스텔델몬테 고성(2023) 등 구찌 크루즈 컬렉션 무대는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진행됐다.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지난해 명품 구입액은 168억 달러(약 20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24%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1인당 구입액은 325달러(약 40만원)로, 미국,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 세계 구찌 매출의 약 9%가 한국 시장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