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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은행 점포 폐쇄 제동…대체점포 없이 폐쇄 못해

노희준 기자I 2023.04.13 14:15:27

금융당국,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방안 마련
공동점포, 소규모점포, 이동점포, 창구제휴 등 필요
폐쇄 결정 전, 이용고객 의견을 수렴 절차 필요
폐쇄 후 사후평가 진행 폐쇄 현황 비교 공시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다음달부터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려면 공동점포, 이동점포 등 대체점포를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폐쇄 결정 전에 이용고객 의견 수렴도 거쳐야 한다. 점포폐쇄시 대체수단으로 활용해온 무인자동화기기(ATM)는 더 이상 쓸 수 없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점포 폐쇄로 인한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악화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자료=금융당국) 단위=개수
금융당국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12일 ‘제5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내실화 방안)을 논의해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은 비용효율화 측면에서 점포수를 줄이고 있으나, 점포폐쇄에 따라 금융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며 “점포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게는 점포폐쇄가 곧 금융소외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소비자가 겪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우선 당국은 점포폐쇄 결정에 앞서 현재 하고 있는 사전영향평가를 내실화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점포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점포 이용고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대체수단 조정, 영향평가 재실시나 점포폐쇄 여부를 재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은행은 의견을 수렴한 결과,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면 원칙적으로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점포폐쇄를 결정하더라도 금융소비자가 기존 점포폐쇄 이후에도 큰 불편없이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대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은행은 소규모점포, 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의 창구제휴나 이동점포 등 ‘대면 창구’를 대체수단으로 마련해야 한다.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은행원이 화상으로 연결되는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도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안내직원을 두거나 STM 사용방법에 대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간 점포폐쇄시 대체수단으로 제시해온 ATM는 더 이상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다. ATM은 현금 입·출금 등 아주 기본적인 업무는 가능하지만 예·적금 신규가입 등 은행의 창구업무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어 보조수단에 머물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사전영향평가를 충실하게 하기 위해 평가자 중 외부전문가를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했다. 동시에 외부전문가 2인 중 1인은 점포폐쇄 지역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끔 지역인사로 선임토록 했다. 사전영향평가 항목도 조정했다. 은행의 수익성이나 성장가능성과 관련된 항목은 제외하고 금융소비자 불편 최소화와 관련된 비중을 확대토록 했다.

점포폐쇄와 관련한 공시도 확대된다. 현재 점포폐쇄가 결정되면 폐쇄일로부터 3개월 전에 이용고객에게 문자, 이메일 등으로 일자, 사유, 대체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당국은 여기에 더해 사전영향평가 주요내용, 대체점포 외 추가적으로 이용가능한 대체수단, 점포폐쇄 이후에도 문의할 수 있는 담당자 연락처 등을 추가로 제공토록 했다.

또한 연 1회 실시하고 있는 점포폐쇄 관련 경영공시를 연 4회(분기별 1회)로 확대했다. 신설 또는 폐쇄되는 점포수 뿐만 아니라 폐쇄일자, 폐쇄사유와 대체수단을 제공해야 하며 소비자가 은행별로 폐쇄 상황을 비교할 수 있게 점포 신설·폐쇄현황 비교정보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토록 했다.

은행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은행은 소비자보호 전담부서를 통해 점포폐쇄 이후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피해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대체점포를 재지정하거나 대체수단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은행은 게다가 폐쇄되는 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향후 발생할 불편과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가령 폐쇄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이나 대출상품에 일정기간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안 등이다.

이밖에 은행은 점포 이용 고객 중 대면 점포를 선호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점포 폐쇄를 전후로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은행은 홈페이지 및 금융앱(App) 내부에 별도의 고령자 모드를 신설하고, 고령자 모드를 이용한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실습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교육 신청 방법을 별도로 안내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실화 방안은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정을 통해 5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며 “그 이전에 점포폐쇄가 결정되거나 점포가 폐쇄되는 경우에도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 이번 내실화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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